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씨
첫 작품 출간 4개월만에 11만부
공대생-엔지니어 일하다 작가 도전
웹소설 도전했지만 무반응 굴욕

서울 마포구 쌤앤파커스 사무실에서 10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손에 든 이미예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작가를 꿈꿨지만, 먼저 취업하고 독립한 뒤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0일 서울 마포구 쌤앤파커스에서 이 작가를 만났다. 매일 8시간씩 푹 자는 것을 좋아하고 밤새워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그는 전날에도 숙면을 취한 듯 활력이 넘쳤다.
이 작가는 전형적인 공대생이다. 부산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 4년 9개월 일했다. 글을 쓰고 싶어 퇴사하고는 웹소설을 연재했지만 반응이 없어 며칠 만에 그만뒀다. “조회수가 10도 안 나와서 의기소침하다 그만뒀다”는 그의 말에는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 “책 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 재취업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경력 단절이 생겨서인지 번번이 떨어졌지요.”
사회생활을 처음 하게 된 젊은 여성이 세상을 배워 나가는 판타지에 20대 여성들이 먼저 호응했다. “백화점에서 허둥지둥 일하는 페니의 모습이 회사에서의 내 모습 같다”는 것. 사건 위주로 진행되는 빠른 전개와 대화 위주의 구성은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초보 독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베스트셀러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처럼 ‘꿈’(이상)과 ‘판다’(현실)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조합된 제목도 눈길을 확 잡았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재미있는 책은 독자들이 먼저 찾아낸다”고 말했다.
소설은 가벼워 보이지만 꿈에 대한 깊은 생각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읽던 그는 사례 위주로 구성된 것을 보고 꿈은 여전히 공통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가는 “허무맹랑하지 않는 한에서 새롭게 해석해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소설이 유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 유치한 게 좋다”고 말했다.
책은 크라우드 펀딩과 전자책으로 ‘만난’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이 출간되는 ‘역주행’ 신화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이렇게 흘러가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잘된 덕분에 저로서는 완벽한 ‘정주행’”이라고 했다. 하루에 30분 책 읽을 시간 내기도 힘든 시대지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소설을 쓰고 싶단다. 문학상에 대한 갈증이 있느냐고 묻자 “엘리트 코스를 밟아 작가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나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다. 독자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그의 꿈은 한 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