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보이는 청년 취업난에 코로나까지… 직업이 취준생 25∼39세 대졸자-재학생 중 “단 한번도 취업 못해봤다” 1년새 5만명 늘어 20년만에 최대 미래 국가 경쟁력 악영향 우려
취업문 열리길 1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한 청년이 취업을 위한 진로상담을 받고 있다. 상담실 3번방 외부 벽에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세태를 토로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30대 들어선 매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구직에 나섰지만 여전히 월급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백수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문이 더 좁아지자 밤잠을 설치는 날만 늘었다. 박 씨는 “오랜 취업 준비로 얻은 건 허리 디스크뿐”이라며 “올해도 취업이 안 되면 어떻게 할지 아무 계획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대와 대학을 다니거나 졸업한 25∼39세 가운데 단 한 번도 취업을 해본 적이 없는 청년실업자가 역대 최대인 29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충격에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면서 이들이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년째 누적된 취업난에 코로나발 고용 충격이 겹친 탓에 현재 청년층의 취업 사정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서도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1만 명 감소해 2009년 1월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도 24.4%로 10월 기준 역대 최고였다.
이에 따라 코로나 위기가 배출한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일본은 거품경제가 꺼진 1993∼2005년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지 못한 1970년대생이 잃어버린 세대로 불리며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도 급격한 출산율 하락,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이어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취업 시기를 한번 놓치면 나이가 들어서도 적게 벌게 되고 결혼 기피, 출산율 감소로 줄줄이 이어진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