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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러온 위기… 하나된 마음으로 이겨나가자

입력 | 2020-11-13 03:00:00

한국교회봉사단
2007년 서해안 원유유출 사건 때 8000개 교회 방제활동 ‘구슬땀’
모금 통해 작은 교회 월세 지원
수해민-쪽방촌 등 취약계층 돌봐




2007년 서해안 원유 유출 사건 당시 한국 기독교의 힘과 헌신을 보여준 봉사단의 방제 작업. 한국교회봉사단 제공

정성진 목사 (한국교회봉사단 이사장)

최근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성경의 시편 91편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당시에도 창궐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가 너를 새 사냥꾼의 올무에서와 심한 전염병에서 건지실 것임이로다(시 91:3).” 그러나 시인은 고난으로 인해 손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 큰 것만큼 유익도 크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가 내게 간구하리니 내가 그에게 응답하리라. 그들이 환난 당할 때에 내가 그와 함께하여 그를 건지고 영화롭게 하리라(시 91:15).”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건져주심을 체험하게 되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맛보게 되어 우리의 믿음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유익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높아진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가장 잘 대처한 모범적인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료 수준이 얼마나 우수한지 증명된 것은 물론 헌신적인 의사, 간호사, 방역당국자, 공무원, 특히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의 수가 줄어들고, 재정 감소로 지원금이 끊어진 해외 선교사들이 돌아오며, 특히 규모가 작은 교회들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 교회들이 많이 생겨나는 등 교회 생태계가 재편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온라인 시대가 가져오는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신학교의 커리큘럼이 구성되어야 하고, 학위 위주의 교육에서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교회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합니다. 건물 중심의 교회에서 사람 중심의 교회로, 대예배 중심에서 소그룹 중심으로,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으로, 번영 신학에서 청교도 영성으로, 일방적인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으로 교회와 목회자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하고 주력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온라인 중독을 주의하고, 방역을 내세운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을 경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생겨나는 사회적 약자들을 교회가 돌보아야 하고, 청년과 다음 세대의 전도도 최우선 과제입니다. 스스로 말씀을 공부하고 기도하며 봉사하는 성도들의 양육에 주력해야 합니다.

한국교회봉사단은 소외된 이웃과 작은교회 돕기에 나서고, 재난현장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교단에 관계 없이 초교파적으로 땀과 기도로 헌신하는 교회 연합의 상징이다. 한국교회봉사단 제공

코로나19는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코로수19로 인해 생겨난 뜨거운 논쟁 중 하나가 온라인 예배가 현장 예배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요한복음 4:24은 “하나님은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영과 진리로 예배할지니라”라고 예배에 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말씀에 대입하면 “현장 예배냐 온라인 예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령과 진정으로 드리는 예배”가 중요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교회에서 예배드리든 집에서 예배드리든 방법을 묻지 않으시고, 우리가 영과 진리로 예배드리는가를 보고 계신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한국교회봉사단은 2007년 12월 서해안 원유 유출 사건을 계기로 한국 교회를 하나 되게 한 봉사단체입니다. 당시 봉사단이 주축이 돼 8000여 교회와 단체가 방제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전체 120만 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약 70만 명이 교회 성도들이었습니다. 당시 봉사단은 “태안에 기름띠가 넘쳤을 때 당신은 그곳에 있었습니까?”라는 내용을 담은 호소문을 전국 교회에 보내 자원봉사 활동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개별 교단과 기관이 각개전투식으로 나서던 방식과 달리 봉사단을 중심으로 서로 연합해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누었던 경험과 봉사를 통해 교회가 일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한국 교회가 가야 할 미래가 여기에 있다는 게 교계의 중론이었습니다. 그래서 서해안 사태가 끝난 뒤에도 봉사단은 해산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10여 년의 역사를 써 내려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많은 어려운 이웃들이 생겨났습니다. 생존의 위협에 처해 있는 작은 교회들, 모두가 어렵지만 하루하루가 더 불안하고 고달픈 사회 취약계층이 있습니다. 봉사단은 올해 모금을 통해 작은 교회들의 월세를 지원하고 코로나에 수해까지 겹친 수해민들, 쪽방촌 주민들을 도왔습니다. 한국 교회의 하나 된 마음을 모아 섬기고 나누는 영성으로 작은 교회들과 함께 상생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코로나 시대의 영성입니다.


정성진 목사 (한국교회봉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