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오히려 더욱 경쟁력이 강해진 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비대면 환경에 최적화된 사업구조를 갖췄고 자동화 및 디지털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아마존(Amazon)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37% 늘어난 961억 5000만 달러(약 108조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비대면 시대에 접어들면서 아마존의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물류창고의 자동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물류 혁신을 이룬 점 역시 위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아마존의 물류 로봇 ‘키바(Kiva)’ (출처=아마존)
아마존 물류혁신의 중심에는 사람이나 지게차등을 비롯한 기존의 운반수단을 대체한 로봇, ‘키바(Kiva)’가 있었다. 이를 통한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물류시스템은 각 제품의 위치 및 주문 상황, 재고 등을 분석해 제품의 입고부터 출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상당부분을 자동화한다. 주문에 따라 물류 로봇은 제품이 적재되어 있는 선반을 작업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 배터리가 소모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충전을 하고, 충전이 완료되면 다시 작업 현장으로 복귀하는 등의 부가기능도 갖췄다.
아마존은 키바를 개발한 키바 시스템즈를 2012년에 인수했으며, 물류센터의 운영비용 20%를 절감하고 순환속도는 3배가량 높였으며, 공간 활용도가 50% 이상 향상되는 효과도 거뒀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마존 외에 UPS나 페덱스, 알리바바 등의 글로벌 물류 업체들도 키바와 같은 물류 로봇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이는 특히 다품종 소량 배송이 일반화되고 있는 물류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한국 역시 신세계건설, CJ대한통운 등에서 키바 타입의 물류 로봇을 도입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등, 물류 스마트화에 대한 요구는 분명히 있다. 다만 물류 로봇을 국내기술로 직접 개발하여 공급하는 한국 업체는 눈에 띄지 않는다. 때문에 대부분 중국 등의 해외 브랜드에서 개발한 물류 로봇을 이용하고 있다. 해외산 물류 로봇의 경우, 일부 기능이 국내 환경에 적합하지 않아도 이를 수정하거나 개조하기 어려우며 사후지원 역시 제한적이거나 비용 부담이 크다.
2020 국제물류산업대전 행사장에서 시연 중인 모션디바이스 MDA500 (출처=IT동아)
이런 상황에서 직접 물류 로봇 개발에 뛰어든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모션디바이스(Motion Device)는 지난 7월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물류산업대전에서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물류 로봇 ‘MDA500’을 선보이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모션디바이스의 MDA500은 최대 500Kg의 짐을 옮길 수 있는 키바 타입 스마트 물류 로봇이다.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ACS(AGV 제어 시스템)를 탑재했으며, 평탄하지 않은 바닥에서도 휠의 접지력을 유지하는 로드 밸런싱 기술, 그리고 표준 감속기 기반 메커니즘을 통해 Lift & Rotation 기능을 구현했다. 성능과 기능 면에서 해외 제품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모션디바이스의 스마트 물류 로봇인 MDA500 (출처=모션디바이스)
다만 아직 국산 물류 로봇이 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선 난관이 많다. 해외 브랜드에 비해 시장진입초기 단계라 제품의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아직 제품의 능력을 증명할 만한 레퍼런스(참고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고자 할 때 곧잘 겪곤 하는 애로사항이다.
이와 관련해 모션디바이스의 이종찬 대표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수입산 AGV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국산 물류 로봇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레퍼런스 확보를 위한 고객사를 찾고 있다"며 "각 고객의 업무 특성에 최적화된 커스터마이징(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수입산 제품 대비 원활한 사후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여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영우 기자 peng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