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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전碑 헌화하고 동맹 강조한 바이든

입력 | 2020-11-13 00:00:00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부터 기후변화까지의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리를 선언한 지 나흘 만에 이뤄진 첫 접촉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 직후 트위터를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에 무게를 둔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는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한국에 대해선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의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의 대전략 아래에서 한반도 현안에 접근하겠다는 뜻이라면 우리 정부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여당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두고 남북관계 우선 접근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미국 새 정부의 정책수립 이전 시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정상 차원의 북-미 대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환경이 대전환하는 걸 모르는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식의 ‘톱다운’ 협상에 여전히 미련을 두는 듯한 태도로는 실무 중심의 ‘보텀업’ 협상을 강조하는 미국 새 정부와의 이견을 키울 수밖에 없다.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이 돌아왔다”면서 대서양 동맹 접촉 하루 만에 한국 호주 일본 등 아시아 정상들과 통화한 것은 동맹 외교의 기반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가 정상 통화 전에 당선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필라델피아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것은 동맹을 돈으로 재단하는 트럼프 시대와의 차별화를 예고하는 다행스러운 모습이다. 미국 재향군인의 날에 한국을 떠올린 것 자체가 한미동맹에 대한 각별한 애정 표시라 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의 한미동맹 중시 기류를 살려 우리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를 얻으려면 종전선언 등 이벤트성 비핵화 접근 구상부터 전면 수정하고 새로운 미국 외교안보팀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부터 구축해야 한다. 정권 임기 내 성과를 만들겠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이인삼각 수준으로 철저한 공동보조를 맞추는 게 그 출발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