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낮게 수정 부당지시 여부 조사 회계사 업무보고-메신저 기록 확보 산업부 등 윗선 겨냥 ‘직권남용’ 수사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원전 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를 작성했던 회계법인 본사를 최근 압수수색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있는 A 회계법인 본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관련 문건 등을 확보했다. 평가 담당 회계사의 업무보고 서류와 내부 메신저 기록도 압수 대상에 포함됐다.
A 회계법인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의 요구에 따라 원전을 4년여 동안 계속 가동할 경우 예상되는 전기 판매수익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낮췄다. 이 회계법인은 2018년 5월 10일 ‘계속 가동 시’ 판매수익을 1779억여 원으로 보고 산업부에 초안을 보고했지만 이후 224억여 원으로 변경했다. 감사원 조사 결과 A 회계법인은 월성 1호기 이용률을 당초 85%에서 60%로 낮추면서 전력 판매단가도 가장 낮은 기준을 적용해 가동을 즉시 중단할 때보다 계속 가동할 경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다.
산업부는 2018년 4월 4일 청와대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및 즉시 가동 중단’ 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A 회계법인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착수했다. 산업부가 청와대의 입맛에 맞게 조기 폐쇄라는 답을 정해 두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경제성 평가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A 회계법인은 산업부와 한수원의 요구에 따라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지만 이 같은 요구가 부당하다고 받아들인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소속 회계사 B 씨는 “(실제 원전 전기 판매 단가보다 낮은) 한수원 전망 단가를 적용해 경제성을 평가해 달라”는 한수원 측 요구를 한 차례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씨가 한수원 업무 담당자에게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산업부와 한수원 간부들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B 씨 등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부당하게 압박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