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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천재가 된 류현진[현장에서/황규인]

입력 | 2020-11-13 03:00:00


토론토 구단에서 사이영상 투표 결과 발표에 맞춰 마련한 류현진의 활약상. 사진 출처 토론토 인스타그램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이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야구기자협회에서 12일 공개한 투표 결과를 보면 류현진은 총점 51점으로 셰인 비버(25·클리블랜드·210점), 마에다 겐타(32·미네소타·92점)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버와 마에다 모두 오른손 투수니까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에서 최고의 왼손 투수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서 뛰던 지난해에도 오른손 투수 제이컵 디그롬(32·뉴욕 메츠·207점)에 이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88점)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내셔널리그에서 제일 뛰어난 왼손 투수였던 것이다.

그런데 류현진이 원래 오른손잡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 류현진은 다저스에 처음 입단한 2013년 “밥을 먹는 건 물론 탁구를 칠 때도 오른손을 쓴다”고 공개했다. 공을 던질 때만 왼손을 쓰는 건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왼손으로 던지지 않으면 아버지가 하도 혼을 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혼이 났다고 해서 던지는 손을 바꿀 수 있는 건 ‘천재’나 가능한 일이다. 사실 KBO리그 한화 시절만 해도 류현진은 노력형보다 천재형에 가까웠다. 방문경기 때 김태균(185cm·110kg)과 같은 방을 쓰던 2008, 2009년에는 2006년 입단 당시 98kg이던 몸무게가 120kg 가까이로 늘어나 팬들로부터 “제발 야식 좀 그만 먹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랬으니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맞이한 2013년 스프링캠프 때 팀 단체 러닝 훈련에서 혼자만 낙오했던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이 코치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다. 35초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26초에 들어가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렇게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류현진이 2015년 어깨, 2016년 팔꿈치 수술을 연달아 받고도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기는 어려웠을 거다. 특히 류현진이 2015년에 받은 어깨 관절와순 수술은 메이저리그 복귀 성공률이 7%밖에 되지 않는 어려운 수술이었다.

훈련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다. 류현진은 개막 때까지 스프링캠프지였던 플로리다주 더니든에서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류현진의 개인 전담 트레이닝 코치로 활동한 김병곤 박사는 “더니든에서 류현진이 훈련을 걸렀던 건 토네이도가 밤새 불었던 날 딱 하루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류현진은 나이가 드는 동안 즐기면서 노력하는 천재로 진화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다섯. 야구 선수로서는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류현진이 이번 겨울에는 어떤 변화로 세월을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