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코로나 때문에 입은 피해가 계속 누적되는 가운데 신기한 일도 벌어졌다. 점심 자리를 같이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가 자꾸 “좋은 아이디어 없어? 코로나 시대인데, 이걸 기회로 만들어야지! 말해 봐. 우리가 지원할게”라고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잔재주 스튜디오’에 대해 설명했다.
“대표님, 다문화 기획사를 차리는 건 어때요? 노래를 작곡할 필요도 없어요. 지금도 핫한 세계 각국의 민요들을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하면 됩니다. 그러면 저작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이런 뮤직비디오들을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올려주면 좋지 않을까요.”
코로나19로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나의 부모님은 손자를 보려고 터키에서 한국까지 오셨다가 코로나19 때문에 터키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국뽕’의 화신인 아버지는 처음에는 ‘터키가 그립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한국의 방역 조치와 터키의 방역 조치를 비교하며 결국 ‘K방역’에 박수를 보내셨다. 급기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방역을 공유하시며 이런 말까지 하셨다. “사람이 이런 나라에 살아야 안정감을 얻는다.” 터키 동포들의 약을 올릴 만한 발언이었다.
더 신기한 현상을 GBA라는 협회에서 목격했다. 이 단체는 한국에서 활동하여 크게 성공을 했던 다문화 사업가들, 규모가 작은 1인 기업 사업가들, 대사관 고위급 관계자 및 해외에 수출하는 한국 회사 대표들의 모임이다. GBA 소속 다문화 출신 1인 기업 사업가들은 팬데믹을 계기로 갑자기 바빠졌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한국의 방역 제품들이 세계적인 인기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문화 차이 때문에 그동안 한국에서 힘들게 활동했던 수많은 다문화 출신 사업가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새로운 무역 환경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의 구성원으로 일한다는 데 엄청난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다문화 출신 사업가들은 한국에 있는 또 다른 중소기업들에 하나의 기회가 되었다. 외국의 사정을 모르는 방역 제품 분야의 많은 한국인 사업가들이 이들을 통해 무역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 기업인들이 다문화 출신 사업가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다문화를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코로나19가 포용한 다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혐오증이 생기고 다문화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혼란으로 그런 안타까운 일도 분명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긍정적 일들도 일어났다. 전 세계가 큰 상처를 입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기억하자.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다른 쪽에서는 사소하지만 발전적인 변화들도 생겨나고 있다.
알파고 시나씨 터키 출신·아시아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