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숭어와 가숭어, 조기와 부세, 밴댕이와 반지, 웅어와 싱어, 병어와 덕대, 참돔과 황돔, 꼼치와 미거지, 학꽁치와 동갈치, 붕장어와 갯장어, 고등어와 망치고등어, 민어와 점성어, 망상어와 인상어, 문절망둑과 풀망둑….”
대중적인 물고기이지만 비슷하게 생겨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생김새보다 이름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종류가 다른 물고기가 동일한 명칭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민어조기’가 대표적인 예다. 민어조기라는 물고기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민어조기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류의 생선이 판매되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 연안에서 잡히는 ‘영상가이석태’, ‘세네갈가이석태’, ‘대서양조기’ 등이 민어조기로 유통되고 있다. 뾰족한 모양새를 따서 뾰족조기라고도 한다. ‘긴가이석태’는 조기류로 뒷지느러미에 침이 있어서 ‘침조기’로 유통된다. 이들 어종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외형과 맛이 민어조기라 불리는 물고기와 유사해 명명됐다. 원래 민어조기는 민어 새끼를 조기처럼 말린 것을 의미했으나, 종류가 계속 늘고 있다.
수도권 사람들은 강화 바다에서 잡히는 밴댕이를 밴댕이로 알고 있으나 밴댕이가 아니다. 멸칫과에 속하는 ‘반지’, ‘풀반지’, ‘풀반댕이’다. 실제 밴댕이는 청어과에 속하며, 남해안 일대에서 흔히 ‘디포리’라 불리는 어종이다. 주로 국물용이나 젓갈을 담가서 먹는다. 크기가 작고 잔가시가 많아서 회로는 먹지 않는다. 반면 강화도에서 밴댕이로 불리는 반지 등은 회, 구이, 젓갈로 이용된다. 물고기 이름은 미로처럼 복잡하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