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 72주 연속 상승세…"상승폭 키워" 서울 전세수요,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매매수요 전환
“전셋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서 도저히 감당이 안 돼요.”
직장인 서모(42)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주말마다 경기 김포와 고양, 용인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 단지를 돌고 있다. 서씨의 직장은 서울이지만, 급등한 서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어 ‘탈(脫)서울’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씨는 “직장이 서울이라 여전히 고민스럽지만,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크게 뛰어 이럴 바에 경기도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이 아니면 다시 내 집을 살 기회는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서울 전셋값에 지친 이른바 ‘전세난민’들의 ‘탈서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전셋값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수도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72주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상승폭도 더 커졌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라 전주(0.12%)보다 상승폭으로 키웠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서초구(0.22%)가 역세권 아파트, 강남구(0.21%)는 학군 수요가 많은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송파구(0.21%)와 강동구(0.20%)도 올랐다.
강북에서는 마포구(0.19%)가 공덕·성산동 등 직주근접성이 높거나 중저가 단지 위주로, 강북구(0.15%)는 정비사업 영향으로 수유·미아동 위주로 올랐다. 은평구(0.13%)는 주거 선호도 높은 응암·녹번동 단지가 강세를 보였다. 또 성동구(0.12%)는 금호동 중소형 및 행당동 대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비규제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는 등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포시(1.91%)는 교통호재(GTX-D) 및 상대적 저평가 인식 있는 풍무·사우동 역세권과 한강신도시 신축 단지 위주로, 파주시(0.47%)는 교통 접근성 개선(GTX-A·3호선 연장) 기대감 있는 운정신도시 위주로, 고양 덕양구(0.38%)는 3기 신도시 등 개발 기대감 있는 도내·동산동 인근지역 위주로, 남양주시(0.29%)는 다산신도시와 진건·진접읍 중저가 위주로 상승했다.
김포와 파주, 인천 등 수도권 내 비규제지역에서 집값이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 급등으로 상당수 전세수요가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비규제지역 매매수요로 전환됐다는 분석이다.
경제만랩이 한국감정원의 거주지별 아파트 매매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서울 지역 거주자의 경기도 아파트 매입은 3만3695가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2만2310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았다.
문재인 출범 직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2만54건, 2만285건, 2만1034건 등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만1850건으로 감소한 뒤 올해 3만3695건으로 급등했다.
지금과 같은 서울의 전세대란이 계속될 경우 수도권 비규제지역 내 중저가 아파트를 매매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지역에서라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며 “서울 전세시장 불안이 수도권 지역의 매매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서울에서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계속될 경우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값이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서울의 집값과 전셋값 급등과 3기 신도시 공급 예정 등이 맞물리면서 수도권으로의 탈서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