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 믿고 따라와.”
프로야구 막내 KT 위즈의 큰 형님들이 가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를 이끈 유한준(39)과 박경수(36)가 포스트시즌에서도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유한준은 이번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매 경기 안타를 신고하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 우려까지 낳았지만, 빠른 회복세로 포스트시즌 무대에선 박경수는 몸을 날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고 있다.
1차전에서는 9회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내야 안타를 기록, 간절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차전에서 2타수 2안타 2볼넷으로 고군분투하더니 3차전에서도 안타 하나를 추가해 플레이오프 타율 0.429(7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약속’을 지킨 형님들이다.
유한준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포스트시즌에서는 고참들이 잘할 테니, 나만 믿고 따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테랑이라고 해서 가을야구가 긴장되지 않을 리 없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의 압박감을 덜어주기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섰다.
하지만 “어떻게든 큰 경기는 고참들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 고참들끼리 이야기했다. 고참들이 잘 리드해줘야 어린 선수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책임감을 내비쳤다.
2003년 프로 데뷔 후 첫 가을야구에 나서 국내 선수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 기록(만36세7개월 9일)을 쓴 박경수도 “최고령답게 해보겠다”는 각오답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제 몫을 해내고 있다.
KBO리그에서 베테랑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가운데 이들의 선전은 더욱 돋보인다.
가을야구에 실패한 팀들은 30대 주축 선수들까지 방출하는 등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유한준보다도 한 살 어린 1982년생 김태균과 정근우는 은퇴를 선언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