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겁먹은 미국인들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59)은 새로 출간할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74)의 당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12일(현지 시간) 미 CNN방송, 시사매체 애틀랜틱 등은 17일 출간되는 768쪽 분량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일부 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퇴임 이후 처음 출간한 책으로, 전체 2부작 중 첫 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책에서 “백악관에 입성한 ‘나’라는 존재가 깊숙이 내재된 공포와 자연스러운 질서가 붕괴됐다는 느낌을 건드린 것 같다”며 “트럼프는 이 점을 포착해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따라서 위법한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에 백인들이 느낀 공포를 이용해 당선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조지 W부시 대통령은 나의 당선 이후 그의 임기만료까지 11주 동안 모든 걸 순조롭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나도 때가 되면 후임자에게 똑같이 해주자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권력 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선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으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과 내가 너무 어리다고 걱정하는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부분이 좋았다”며 “품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의 상황을 “분열이 깊어지고 있고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아직 미국의 가능성을 포기할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누구보다 젊은이를 위해 이 책을 썼다”며 “이 책은 다시 한번 세상을 새롭게 하고, 노력과 결단력,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우리안의 모든 것과 조화를 이루는 미국을 만들기 위한 초대장”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정치를 하기까지 과정을 다룬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2008년 정치철학을 소개한 ‘담대한 희망’을 펴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