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베스트 닥터]서상교 SNU서울병원 대표원장 발 관련 수술 4000건 넘는 베테랑… 기존의 5%만 절개 20분만에 끝내 수술직후 보조신발 신고 보행 가능 국제학회 관련논문 최우수상 이력
서상교 SNU서울병원 대표원장이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원장은 중증 질환 치료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발 질환 환자들을 위해 SNU서울병원을 열었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SNU서울병원에서 ‘작은 콘퍼런스’가 열렸다. 부산의 한 정형외과 의사 A 씨가 이 병원 서상교 대표원장(41)의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을 참관했다.
A 씨는 수술실에서 서 원장이 집도한 3건의 수술을 약 1시간에 걸쳐 지켜봤다. 참관이 끝난 후에는 수술과 관련된 토론이 이어졌다. 1시간 동안 A 씨는 서 원장이 시행한 수술 노하우에 대해 물었고, 서 원장은 답했다. A 씨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다. 부산에서 이 방법을 시행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병원의 수술을 참관한다는 것은 그만큼 서 원장의 최소 침습 무지외반증 수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서울은 물론이고 멀리 부산, 광주, 제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 병원을 찾는다. ‘동네 병원’이지만 명실상부한 ‘전국구’인 셈이다.
○ 빠른 회복-양쪽발 동시 수술 강점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지는 병이다. 처음에는 엄지발가락에 통증이 나타나며 신발이 꽉 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더 악화하면 신발을 신을 수도, 정상적으로 걸을 수도 없다. 더 심하면 엉덩이관절(고관절)과 척추에 부담을 줘 2차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20도 이상 휘었을 때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에는 엄지발가락 옆쪽으로 4∼5cm 정도 광범위하게 절개했다. 이어 뼈를 둘러싼 골막을 벗겨낸 후 뼈를 잘라냈다. 골막에는 통증을 느끼는 감각 세포가 많아 수술 후 통증도 꽤 심한 편이었다. 그만큼 회복도 더뎠다. 최소침습 무지외반증 수술 전(왼쪽)과 후의 발 X선 사진. SNU서울병원 제공
서 원장은 “이처럼 긍정적 효과가 많아 이제는 광범위하게 절개하는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원장이 말하는 또 하나의 장점. 양쪽 발 모두에 무지외반증이 생긴 경우 동시 수술이 수월해졌단다. 과거에는 한쪽 발을 수술하면 다른 쪽 발은 2, 3개월 후에 수술했었다. 서 원장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환자의 60∼80%는 양쪽 발 동시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입원 기간도 4일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 제대로 된 진료하러 대학병원 박차고 나와
서 원장은 의료계에서는 꽤 알려진 의사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학회인 ‘세계족부족관절학회’에서 2014년 기초 분야 논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회에서 국내 의사가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서 원장은 요즘도 매년 4∼6편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다. 수술 경험도 많다. 올 10월까지 4000건 이상의 발 관련 수술을 집도했다. 로컬 병원장으로서는 드문 이력인데, 대학 병원 근무 경험이 큰 발판이 됐다.서상교 SNU서울병원 원장이 무지외반증 수술을 하고 있다. SNU서울병원 제공
대학 병원은 중증 환자들이 많다. 발 관련 수술은 대부분 암, 당뇨 등 중증 질환자들의 합병증 치료 목적일 때가 더 많았다. 무지외반증과 같은 족부질환자는 아무래도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게다가 수술실 배정 때도 암이나 심장, 뇌혈관 등 ‘큰 수술’에 밀렸다.
로컬 병원을 운영하는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 원장은 “오롯이 정형외과, 특히 발 관련 환자들에게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개원 이후 지금까지 ‘오전 외래, 오후 수술’ 원칙을 지키고 있다. 덕분에 많을 경우 하루에 5, 6명의 환자를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환자와는 가급적 2주마다 소통하려고 한다.
○ 코로나 사태에도 환자가 늘어나는 병원
정형외과 병원은 수없이 많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환자가 급감했다. 의료계에서는 ‘생존 싸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SNU서울병원은 다르다. 서 원장은 “지난해보다 덜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비결이 뭘까. 서 원장은 “환자와의 접촉을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휴진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서 원장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평일에는 그 어떤 이유로도 쉰 적이 없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토요일을 포함해 주 6일 진료를 했다. 심지어 올 추석 연휴 때도 환자를 받았다. 서 원장의 경우 올 9월에 주말 끼고 4일 휴가 간 게 유일한 휴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환자만 유치하지는 않는다. 서 원장은 “일부 로컬 병원이 수술을 강권하는데, 당장 수익이 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병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가령 발목 인대 파열의 경우 서 원장은 오히려 수술을 말린다. 그는 “이 질환은 많게는 70∼80%가 수술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다”며 “경과를 관찰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SNU서울병원에서만 매일 평균 3, 4명의 급성 발목 인대 파열 환자가 수술해 달라고 온단다. 그는 “수술하지 말자고 설득하는 게 더 힘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굳이 수술하겠다는 환자를 말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서 원장의 의료 철학이다. 그는 “환자들이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수월하고 안전하게 받도록 하려고 병원을 열었다. 이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면 환자, 병원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이 철학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