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1월 19일
플래시백
현재 서울 영동대로에 있는 경기고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명문이었습니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경성제일고보)라는 이름이던 일제강점기 때도 그랬지요. 대한제국 정부가 직접 세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데다 가장 먼저 개교한 관립 고등교육기관이라 전국에서 수재들이 몰려든 덕이었죠. 학생들의 자존감도 대단했습니다. 1919년 3·1운동에 적극 참여해 수십 명이 사법처리를 받았고, 같은 해 11월엔 “일본인이 다니는 중학교와 달리 우리는 왜 실과위주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며 동맹휴학을 결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경성제일고보 학생들이 3년여 만에 다시 동맹퇴학 카드를 꺼내들어 조선총독부가 바짝 긴장했습니다.문제가 불거진 건 1922년 말 겨울방학 날이었습니다. 다가오는 학년시험과 상급학교 진학시험에 관한 어느 학생의 질문에 교장이 “본국과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아 이번 졸업생은 일본 상급학교에 입학하기 어렵다”고 한 겁니다. 국내에는 더 이상 배울 곳이 없던 당시 일본의 고등학교나 대학 예과에서 학업을 이어가려던 학생들에겐 날벼락 같은 얘기였습니다.
신 조선교육령의 주요 내용제1조: 조선에서의 교육은 이 칙령에 의함.
제2조: 국어를 상용하는 자의 보통교육은 소학교령, 중학교령 및 고등여학교령에 의함.
제4조: 보통학교는 … 국민 될 성격을 함양하고 국어를 습득케 함을 목적으로 함.
제5조: 보통학교의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함. 단, 지역사정에 따라 5년 또는 4년으로 정함.
제6조: 고등보통학교는 … 국민 될 성격을 양성해 국어에 숙달케 함을 목적으로 함.
제7조: 고등보통학교 수업연한은 5년으로 함.
제9조: 여자고등보통학교의 수업연한은 5년 또는 4년으로 함. 단, 지역사정에 따라 3년으로 함.
제10조: … 고등보통학교 졸업자는 중학교 졸업자, 여자고등보통학교 졸업자는 상당 수업연한의 고등여학교 졸업자로 간주함.
제23조: 보통학교, 고등보통학교, 여자고등보통학교 및 사범학교의 교과, 편제, 설비, 수업료 등에 관해서는 조선총독이 정하는 바에 의함.
제24조: 공립 또는 사립 보통학교, 고등보통학교 및 여자고등보통학교와 공립 사범학교의 설립 및 폐지는 조선총독의 인가를 받아야 함.
제25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조선총독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어를 상용하는 자는 보통학교, 고등보통학교 또는 여자고등보통학교에, 국어를 상용치 않는 자는 소학교, 중학교 또는 고등여학교에 입학할 수 있음.
분개한 4, 5학년 학생 80명은 1923년 1월 13일 ‘우릴 속인 학교당국을 이해할 수 없다. 1주일 안으로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동맹 퇴학하겠다’는 문서를 모두 서명합니다. 동아일보는 19일자 3면 ‘상급학교 입학자격 문제로 제일고보 고학년의 대 동요’ 등 기사에서 학생, 교장, 총독부 학무국장의 주장을 충실히 전달했습니다. 이어 21일자 3면에 ‘신 교육령은 휴지인가’라는 기사를 실어 경성제일고보 외에 다른 고보 고학년들도 험악한 기세로 집단행동을 할 움직임이라며 식언(食言)을 한 총독부를 압박했습니다. 총독부가 부랴부랴 문부성과 협의해 결국 사태는 원만하게 해결됐습니다.
일제의 조선교육령 개정을 앞두고 조선교육개선회 등 우리 교육단체들은 학교시설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먹히지 않아 일제강점기 내내 심각한 입학난을 연출했다. 사진은 1935년 새학기를 앞두고 경성사범 교정에 쇄도한 학생과 학부형들.
조선교육령은 국권 피탈 이듬해인 1911년 8월 처음 나왔습니다. 조선 내 일본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고, ‘충량(忠良)한 제국신민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는 교육칙어가 포함됐습니다. 조선인 학제를 보통학교 3~4년, 고보 4년(여자고보는 3년)으로 해 소학교 6년, 중학교 5년의 교육을 받는 일본인과 노골적으로 차별했습니다. 3·1운동 후 교육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지자 사이토 총독부는 이른바 ‘일선(日鮮) 공학’을 실현한다며 교육령 개정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물이 1922년 2월 공포한 신 조선교육령인데 역시 ‘공학의 탈을 쓴 차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3·1운동 이후 조선총독부는 임시교육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이들이 모은 의견을 토대로 조선교육령을 개정했다. 하지만 미즈노 정무총감이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는 23명의 위원 중 조선인은 친일파인 이완용(왼쪽), 석진형, 고원훈(오른쪽) 셋뿐이라 조선민중의 뜻을 반영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조선 내 일본인들에게도 적용하고, 교육칙어를 삭제하고, 조선인 학교와 일본인 학교의 수업연한을 같게 해 차별을 없앤 것처럼 꾸몄지만 실상은 딴판이었습니다. ‘국어(일본어)를 상용하는’ 일본인은 소학교-중학교-고등여학교, ‘국어를 상용치 않는’ 조선인은 보통학교-(여자)고보로 분리했을 뿐 아니라 사정에 따라 보통학교와 여자고보는 1, 2년을 단축할 수 있게 한 것이 대표적이었죠. 총독부는 수업연한 단축의 이유를 “부족한 학교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라고 했지만, 일제강점기 내내 입학난은 심각한 사회문제였습니다.
동아일보는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신 조선교육령이 규정한 각 학교의 목적에 ‘국민 될 성격을 양성하고 국어를 습득(숙달)하게 함’이 포함된 점을 공격했습니다. 1922년 2월 9, 10일자 연속사설은 “이는 순수한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제국주의 이상을 감춘 정치적 목적”이라며 “교육기관이 동화기관이냐”라고 따졌습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원문
上級校(상급교) 入學資格(입학자격) 問題(문제)로第一高普(제일고보) 上級生(상급생)의 大 動搖(대 동요)
신교육령이 완젼히 실시된 이때에
일본 상급학교에 입학자격이 업다
學校當局(학교당국)에 陳情書(진정서)까지 제출
각 학교의 신학긔(新學期·신학기)도 인제 얼마 남지 아니하야 일반 학생들은 요사이 학년시험(學年試驗·학년시험)에 대한 준비와 또는 졸업한 뒤에 상급학교에 입학하려고 매우 밧분 모양들인데 더구나 불완전하든 종래의 조선교육령(敎育令·교육령)은 재작년에 폐지되고 신교육령(新敎育令·신교육령)이 발표되야 신교육령에 의지한 학교는 일본의 학교 뎡도와 갓흔 자격을 주어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데 대하야도 아모 거리낌이 업게 되얏다 하며 일본 문부당국(文部當局·문부당국)과도 충분한 교섭이 성립되얏다고 총독부 학무당국에서 발표하얏고 각 학교당국에서도 이 뜻을 일반 학생들에게 알렷슴으로 일반 학생들은 아모 의심업시 공부를 계속하야 졸업한 뒤에는 완전한 자격으로 상급학교에 입학할 줄로 알앗든 바
뜻밧게 시내 화동(花洞·화동)에 잇는 경성뎨일고등보통학교(京城第一高等普通學校·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서는 작년 십이월 이십오일 동긔 방학식(冬期放學式·동기방학식) 당일에 동교 교댱 가등상차랑(加藤常次郞·가등상차랑) 씨는 일반 학생의 질문에 대하야 『새 교육령이 발표되야 학제(學制·학제)를 곳처서 가르처왓스나 문부성 당국과의 교섭이 아직 다 되지 못하얏슴으로 금년도 졸업생은 일본 상급학교에 완전히 입학하기 어렵다』는 의미의 성의업고도 철저치 못한 대답을 함으로 학생들은 엇지할 줄을 모르다가
지나간 십삼일에 사오학년(四五學年·사오학년) 학생 팔십 명이 연서로 『지나간 일년 동안을 속혀오다가 이제 이르러 졸업긔가 림박할 때에야 이러한 무책임한 말을 하는 학교 당국자의 심리를 알 수 업다는 말과 문부성 당국과의 확실한 교섭에 대하야 이달 이십일 안으로 발표하야 달나는 말과 만일 그날 안으로 완전한 교섭이 성립되지 못하면 부득히 일톄로 퇴학하겟다』는 진정서(陳情書·진정서)를 교댱에게 뎨출하고 공부는 더욱 온건한 태도를 가지고 하여오는 터인대
학교에서는 지난 십오일에 각급 급댱(級長·급장)을 불러서 『속이려고 속인 것이 아니라 사실이 엇지 할 수 업시 그러케 된 것이니 학생들에게 대하야는 우리에게 책임이 잇스나 방금 총독부 학무당국에서 동경에 건너가 문무성 당국과 교섭하는 중인 즉 이달 이십일까지 한뎡이라는 것은 연긔하고 여전히 공부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얏스나 학생 편에서는 『교섭을 완성하야줄 성의만 잇스면 오늘인들 확실히 대답 못할 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이랴』고 듯지 아니하며 학교에서는 재작 학부형회(學父兄會·학부형회)까지 열고 이에 대하야 협의하얏다는대 학생 편에서는 긔한 안에 확실한 대답이 업스면 단연히 퇴학하겠다고 주장한다더라.
學生(학생)보다 校長(교장)이 尤急(우급)
학무당국을 원망하는 듯한
일고 교댱 가등상차랑 씨 말
이에 대하야 동교 교댱 가등(校長 加藤·교장 가등) 씨는 문부성 당국과 교섭함에 대한 여러 가지 경과에 대하야 말하되 『이 문뎨는 학생들보다도 실로 교댱으로 잇는 나의게 대하야 더욱 급한 문뎨외다. 상급학교에 입학식힐 수속(手續·수속)도 내월 즁순 안으로는 반듯이 하여야 할 터인대 이때까지 결말이 나지 못하얏슴은 실로 유감인 일이외다. 이 까닭으로 하야 이 사람이 총독부 학무당국을 방문한 일도 두세 번이 아니며 사사로히 맛나서도 늘 재촉하얏슴니다. 하나 작년 안으로도 결말이 나지 못하고 오늘 이때에 이르러 이 문뎨가 이러나게 되엿슴니다. 이 사람이 압길이 양양한 청년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잇서서 조금인들 그들의 장래에 대하야 심상할 리가 잇겟슴닛가. 학생들이 이달 이십일 안으로 확실한 대답을 아니하면 동맹퇴학(同盟退學·동맹퇴학)을 하겟다 하나 지금 졸업할 날이 얼마 남지 아니한 이때에 퇴학한다는 것이 엇지 심상한 일이며 이 말을 듯는 이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압흐겟슴닛가. 그래서 내가 요사이는 거의 날마다 학무당국에 가서 진정서(陳情書·진정서)도 보이고 엇지하든지 이십일 안으로 확실한 대답을 하게 하여달라고 하엿슴니다. 그래서 지난 십륙일에 학무과댱(學務課長·학무과장)이 동경으로 건너갓슨 즉 수일 안으로는 소식이 잇슬 것이외다. 물론 내 생각으로는 확실히 교섭될 줄로 밋슴니다마는 또 알 수 잇슴닛가. 그러니까 이십일 안으로 어떠케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잇슴니까. 그래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로 경과에 대한 말도 하야 날자를 연긔하라고 간유함니다마는 학생들이 좀처럼 듯지 아니함니다. 지금 아모 방침도 업슴니다. 다만 동경 소식이 이십일 안으로 이르기를 기다릴 뿐이며 인가가 완전히 성립되기를 바랄 뿐이외다』하며 매우 란처한 듯이 말하더라.
手續(수속) 上(상)의 問題(문제)일 뿐
방금 급히 교셥 중이라는 학무당국
고등보통학교 상급 생도들이 금년 학긔에 졸업한 후 일본 각디 고등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분명치 못하게 되야 학생 사이에 큰 문뎨를 일으키엇다 함은 별항과 갓거니와 이에 대하야 총독부 학무국(總督府 學務局·총독부 학무국) 댱야 국댱(長野 局長·장야 국장)은 말하되 신교육령에 따라서 고등보통학교 오학년을 맛친 졸업생들은 일본 각디의 고등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잇슬 것은 물론인 바 총독부에서는 일즉이 이 문뎨에 대하야 문부성(文部省·문부성)과 교섭을 하얏스나 여러 가지의 사정으로 아직 완전히 해결치 못하얏기로 일전에 학무과댱을 파견하야 그곳 그 문뎨를 철저하게 운동하는 중이외다. 아직은 완결치 못하얏스나 오는 학긔까지는 긔어히 해결케 하야 졸업생들이 일본 각디 고등학교에 입학지원서를 하게 하도록 주선하려 함니다고 말하며 또 엇더한 시학관은 말하되
이 문뎨가 해결된다 할지라도 입학원서를 뎨출코자 하는 사람은 입학원서에 따로 표지를 붓치고 조선 신교육령에 따라서 입학자격이 잇다는 것을 간단하게 긔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며 만일 그대로 지원서를 뎨출하면 일본 고등학교 갓흔 곳에서는 그러한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원서를 퇴각할는지도 모르겟스니 주의함이 필요하다 하더라.
今春(금춘) 入學難(입학난)은 奈何(내하)
역시 이부졔 외에 도리가 업다고
조선 사람의 배호려는 열심히 점점 향상되며 해마다 학교에 들녀는 아해는 만코 이를 수용할 학교는 부족하야 도처에서 비참한 현상을 이루우는 일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어니와 이에 대하야 학무당국에서는 경비 관계로 별안간 학교를 만히 느릴 수도 업고 학생은 여전히 드리밀닐 터임으로 현재 잇는 각 보통학교에 다른 아해들의 수업하지 안는 시간을 리용하야 이부(二部·이부)로 교수할 일과 또 일본인 아해들을 가르치는 소학교에 조선인 아해를 드리어 일본 아해들이 노는 시간을 타서 역시 이부 교수를 할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하는 중임으로 금년 봄 입학긔에는 조선 전도에 전부는 그럿치 아니할지라도 입학난이 심한 디방에는 이 방법을 쓰게 되리라는 말이 잇더라.
현대문
상급학교 입학자격 문제로제일고보 고학년의 대 동요
신 교육령이 완전히 실시된 이때에
일본 상급학교 입학자격이 없다
학교당국에 진정서까지 제출
각 학교의 새 학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아 일반 학생들은 요사이 학년시험 준비 또는 졸업한 뒤 상급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매우 바쁜 모양들인데, 더구나 불완전하던 종래의 조선교육령은 재작년에 폐지되고 신 교육령이 발표돼 신 교육령에 의한 학교는 일본의 학교와 같은 자격을 주어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게 됐다 하며 일본 문부당국과도 충분한 협의가 됐다고 총독부 학무당국에서 발표했고 각 학교당국에서도 이러한 뜻을 일반 학생들에게 알렸으므로 일반 학생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공부를 계속해 졸업한 뒤에는 완전한 자격으로 상급학교에 입학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시내 화동에 있는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서는 작년 12월 25일 겨울방학식 당일에 그 학교 교장 가토 쓰네지로 씨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새 교육령이 발표돼 학제를 고쳐 가르쳐왔으나 일본 문부성 당국과의 협의가 아직 다 되지 못해 금년도 졸업생은 일본 상급학교에 완전히 입학하기 어렵다”는 뜻의 무성의하고도 철저하지 못한 대답을 해 학생들은 어쩔 줄 모르다가
지난 13일 4, 5학년 학생 80명이 연서로 ‘지난 1년 동안 속여 오다 졸업시기가 임박한 이제야 이런 무책임한 말을 하는 학교 당국자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문부성 당국과 확실히 교섭해 이달 20일 안으로 발표해 달라. 만일 그 날까지 완전한 교섭이 되지 않으면 부득이 함께 퇴학하겠다’는 진정서를 교장에게 제출하고 공부는 더욱 온건한 태도로 해오는 터인데
학교에서는 지난 15일 각급 급장들을 불러 “속이려 해서 속인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이니 학생들에게는 우리가 책임이 있지만 현재 총독부 학무당국에서 도쿄에 건너가 문부성 당국과 협의하는 중이니 이달 20일까지로 한 기한은 연기하고 전과 다름없이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했으나 학생 쪽에서는 “교섭을 완성해줄 성의만 있으면 오늘인들 확실히 대답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며 듣지 않았으며, 학교에서는 그제 학부형 회의까지 열고 이에 대해 협의했다는데 학생 쪽에서는 기한 내에 확실한 대답이 없으면 단연코 퇴학하겠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학생보다 교장이 더 급해
학무당국을 원망하는 듯한
일고 교장 가토 씨의 말
이에 대해 그 학교 교장 가토 씨는 문부성 당국과의 협의에 관한 여러 가지 경과에 대해 말하기를 “이 문제는 학생들보다도 실로 교장인 내가 더욱 급한 문제입니다. 상급학교에 입학시킬 수속도 다음 달 중순 안으로는 반드시 마쳐야 할 터인데 이때까지 결말이 나지 못한 것은 실로 유감입니다. 이런 까닭에 이 사람이 총독부 학무당국을 방문한 일도 두세 번이 아니며 사적으로 만나서도 늘 재촉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도 결말이 나지 못하고 오늘 이때에 이르러 이 문제가 일어나게 됐습니다. 이 사람이 앞길이 양양한 청년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는데 조금인들 그들의 장래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리가 있겠습니까. 학생들이 이달 20일 안으로 확실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동맹퇴학을 하겠다고 하나 지금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이때에 퇴학한다는 것이 어찌 예사로운 일이며, 이 말을 듣는 이 사람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요새는 거의 날마다 학무당국에 가서 진정서도 보이고 어떻게든 20일 안으로 확실한 대답을 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6일 학무과장이 도쿄로 건너갔으니 며칠 안으로는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내 생각으론 확실히 교섭이 될 줄로 믿지만 또 어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니 20일 안으로 어떻게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로 경과도 설명해야 해서 날짜를 연기해달라고 간곡히 권유합니다만 좀처럼 듣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선 아무 방침도 없습니다. 다만 도쿄 소식이 20일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릴 뿐이며, 인가가 완전히 성립되길 바랄 뿐입니다”하며 매우 난처한 듯 말했다.
수속 상의 문제일 뿐
현재 급히 교섭 중이라는 학무당국
고등보통학교 고학년들이 금년 학기에 졸업한 뒤 일본 각지 고등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분명치 않게 돼 학생 사이에 큰 문제를 일으켰다 함은 별항 보도와 같거니와 이에 대해 총독부 학무국 나가노 국장은 말하기를 “신 교육령에 따라 고등보통학교 5학년을 마친 졸업생들은 일본 각지의 고등학교에 입학할 자격이 있는 것은 물론인 바, 총독부에서 일찍이 이 문제에 대해 일본 문부성과 협의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아직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기로 일전에 학무과장을 파견해 그 문제를 철저히 하려 애쓰는 중입니다. 아직 완결하지 못했으나 오는 새 학기까지는 기어코 해결해 졸업생들이 일본 각지 고등학교에 입학지원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하려 합니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시학관은 말하되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입학원서를 제출하려는 사람은 입학원서에 따로 표지를 붙이고 조선 신 교육령에 따라 입학자격이 있다는 것을 간단히 기록할 필요가 있다”하며 만일 그대로 지원서를 제출하면 일본 고등학교 같은 곳에선 그런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원서를 퇴짜 놓을 지도 모르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다.
이번 봄 입학난은 어쩔 건가
역시 2부제 외엔 도리가 없다고
조선 사람들의 배우려는 열렬한 마음이 점점 높아가면서 해마다 학교에 입학하려는 아이는 많고, 이를 수용할 학교는 부족해 도처에서 비참한 현상을 이루는 일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거니와 이에 대해 학무당국에서는 예산 때문에 별안간 학교를 크게 늘릴 수도 없고 학생은 여전히 들이밀릴 터이므로 현재 있는 각 보통학교에 다른 아이들이 수업을 받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2부제로 가르칠 일과, 또 일본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소학교에 조선인 아이를 들여 일본 아이들이 노는 시간을 타 역시 2부제 수업을 할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하는 중이므로 금년 봄 입학기에는 조선 전도에 전부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입학난이 심한 지방에는 이 방법을 쓰게 되리라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