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큼이나 심각한 ‘기근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전염병 대유행으로 식량위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63)은 14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본부에서 가진 AP통신 인터뷰에서 “올해보다 더욱 심한 최악의 식량위기가 내년에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961년 설립된 WFP는 지난달 2020년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기근과 빈곤 퇴치에 헌신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분쟁·자연재해 지역, 각국 난민수용소에서 식량 공급을 위해 노력했지만 가장 힘든 시기는 지금부터”라며 “앞으로 더 극심한 식량난과 기근이 닥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당초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최대 1억3000만 명이 만성적인 기근 상태로 내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식량 생산과 공급이 줄면서 연말까지 세계 기아 인구는 당초 전망보다 2배 늘어난 2억7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각종 봉쇄령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농산물 확보에 나서면서 빈곤국 기아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식량부족으로 빈곤국 국민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당장 3~6개월 안에 20여 개국은 식량 부족 위험도가 급증할 것”이라며 “전 세계의 지원이 없으면 2021년에는 성경에 묘사된 인류 종말의 기근 상황이 닥쳐올 것”라고 밝혔다.
WFP는 다음 달부터 기부금과 지원 활동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WFP는 기아 해소 50억 달러, 아동 지원 100억 달러 등 총 150억 달러(약 17조 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