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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文정부 잇단 對日 시그널, 동북아 정세 개선을 위해서도 박차를

입력 | 2020-11-16 00:01:00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선 각국 정상을 언급하며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며 각별한 인사를 건넸다. 국가정보원장,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 면담에 이어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모처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문 대통령이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했던 동북아 방역협력체 언급과 함께 도쿄 올림픽을 언급한 것은 그동안 역점을 둬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추가 동력을 확보하자는 데 포석을 둔 것일 수 있다. 일본도 막대한 자본과 국가적 역량을 투입했던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양국이 각자의 최대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 이웃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한일관계 개선의 관건은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해법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주변에서 변죽을 올려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남북 간에는 평화 프로세스의 본질인 비핵화를 본궤도에 올리고, 한일 간에는 강제징용 해법을 마련할 외교적 협상이 필요한 시간이 왔다.

마침 국제협력과 한일관계 개선에 관심이 많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도 개막을 앞두고 있어 국제적인 환경도 나쁘지 않다. 정부는 ‘종전선언 쇼’를 앞세우는 식의 대북 관계 조급증을 버리고 한일관계 정상화부터 집중해야 한다. 기승전-북한으로만 외교를 추진하려다간 북한 문제가 어그러질 때 다른 사안도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는 그동안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다 길을 잃었다. 한반도의 평화는 비핵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바이든 시대에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단절된 남북미 간 대화의 계기로 도쿄 올림픽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대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변국의 지지와 호응을 받는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