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 경제블록 RCEP 가입
15일 청와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식에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서명된 협정문을 펼쳐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를 치고 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중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5일 체결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전 세계적 다자주의 회복과 자유무역 질서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RCEP가 미국의 견제에 대항한 중국의 방패막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는 미국이 복귀를 검토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 가능성을 열어뒀다.
○ 中 “미국 동맹국들의 참여 큰 의미”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제4차 RCEP 정상회의에서 RCEP 서명에 대해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세계적 위기에도 거대 경제공동체를 출범시켜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렸다”며 “RCEP는 코로나 이후 시대를 선도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RCEP로 무역 통로 다변화를 시도해온 중국은 환호했다. 리 총리는 RCEP 정상회의에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며 “(RCEP는) 화를 이웃에게 전가(以隣爲壑·이린위학)하지 않고, 강 건너 불 보듯(隔岸觀火·격안관화) 하지 않게 한 것”이라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참여는 이들 국가가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와 경제적 괴롭힘에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과 중국 등 15개국 정상이 합의한 ‘RCEP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는 “RCEP는 인도에 지속 개방돼 있음을 재차 강조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RCEP 협상에 참여해왔던 인도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우려해 결국 지난해 불참을 선언했다. 인도까지 RCEP에 참여하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들이 모두 RCEP에 참여하게 된다.
○ 靑 “필요하면 CPTPP도 참여 가능”
청와대는 RCEP 가입으로 한국이 미중 갈등 속 샌드위치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 “RCEP는 중국 주도의 협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하는 CPTPP와 RCEP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며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4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RCEP에도 참여하고 CPTPP에도 참여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CPTPP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아직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은 CPTPP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며 “필요하다고 느끼면 (한국도 CPTPP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일본이 주도한 CPTPP 가입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기류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박효목 tree624@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