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시도했던 인터뷰 섭외는 성사되지 못했다.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젊은 초선 의원임에도 의원실을 뚫어내기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당시 섭외를 도왔던 한 인사는 “AOC는 민주당의 강경 좌파들이 키우고 만들어낸 젊은 신진 세력의 대표 브랜드”라며 “단순히 개인을 넘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진보 세력이 그의 뒤를 받치고 있다”고 했다.
그런 AOC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가 확정된 직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비판하자 당 내부는 크게 출렁였다. 그는 “‘풀뿌리의 힘’에 흥분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들이 곧장 버림받는 게 민주당의 역사”라며 일침을 놨다. “인수위원회 활동은 (특정 세력을) ‘왕따’시킬지,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을 할지를 확인할 시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내각 구성 등 인수위의 인선에서 바이든의 당선에 기여한 젊은 신진 세력들에도 지분을 달라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캠프로부터 ‘극좌파’라고 공격받아 온 바이든 당선인이 곧바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을 찍은 7200만 명의 보수 지지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인수위의 움직임을 쳐다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까딱 잘못했다간 당장 2년 뒤 중간선거는 물론 2024년 대선에서도 우파의 ‘사회주의’ 공격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팽배하다.
당내 온건파들은 “좌파 세력들 때문에 하원 의석들을 뺏겼다”며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간신히 하원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멕시코 등 핵심 지역에서 총 7석을 잃었다. 상원 역시 당초 예상과 달리 아직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선거 직후였던 5일 민주당이 진행한 일종의 온라인 연찬회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폭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눈물과 분노와 저주와 비난’이 여과 없이 쏟아졌다고 한다. 노골적인 손가락질과 내부 총질이 이어졌다. “모든 전투를 다 이기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쟁은 이기지 않았느냐”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달래기도 소용없었다.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 나서는 데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권 여당이 시끄러운 집안 정리에 매달리느라 북한 같은 외교 현안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의 내부 분열이 한반도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지켜봐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