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기원전 200년 한나라 때 메이산(Meishan)이라고 불리는 돼지 종은 62kg 정도로 몸집이 작아 집에 같이 거주하면서 먹고 남은 음식물과 배설물까지 치우는 청소부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일 년에 두 번에 걸쳐 총 15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아 일석이조의 역할을 해 ‘고기’라는 단어가 돼지고기를 의미했다. 그 외 것들은 닭고기, 소고기라고 일일이 구분해 부른다. 이 중국 돼지는 유럽의 덩치 큰 돼지와 교배돼 250∼340kg 정도의 큰 요크셔와 랜드레이스를 낳아 현재 전 세계에서 키우는 주요 품종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돼지의 배설물을 농사용 거름으로 사용했고 고기는 행사를 위한 고급 식품으로 활용됐다. 돼지는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가축이었다. 마오쩌둥이 돼지를 ‘4개의 다리를 가진 비료공장’으로 비유한 유명한 말을 남겼을 정도다.
197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개발된 ‘공장식 농장’은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일부 농장에서 비인간적으로 행해지는 관행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돼지는 6개월 동안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최소한의 공간에서 사육된다. 공간 확보를 위해 서로 싸우고 질병에 쉽게 노출되어 질병을 확산시키기도 한다. 질병을 이기기 위한 항생제 남용에 의한 피해도 심각하다.
오늘날 많은 유럽 국가들은 덴마크를 중심으로 미국의 공장식 농장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덴마크는 항생제를 미국의 7분의 1로 줄이면서도 더 건강한 돼지를 사육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돼지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 환기와 위생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더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과 일본 양돈농가의 젊은 세대들도 새로운 방식의 돼지 농장을 실천해 가고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초대해서 농장에서 돼지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여준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생산성만 따지는 공장식 농장보다 항생제 없이 사육하는 농장의 고기를 더 비싸게 살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