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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반대하는 리더[Monday HBR]

입력 | 2020-11-16 01:00:00


탁월한 리더십 스타일은 사람을 실제보다 더 유능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미숙한 리더십 스타일은 우수한 업무 역량까지 깎아내린다. 미래의 경영자를 꿈꾸는 이들이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잘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업무 능력은 뛰어난데 적절한 리더십 스타일을 갖추지 못해 커리어의 한계에 부딪히는 것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나의 리더십 스타일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스타일이 성격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격은 나의 내면의 모습이므로 변하지 않는다. 반면 스타일은 내가 사회적으로 어떤 지위와 신분을 갖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동생에게 TV 리모컨을 달라고 할 때에는 윽박지르듯 말하는 대학생이 부모님께 차를 빌려 달라고 할 때에는 말투나 태도가 공손하게 바뀌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직장 생활에서 나타나는 리더십 스타일은 크게 ‘권위적’ 스타일과 ‘매력적’ 스타일로 나눠 볼 수 있다. 둘 중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쁜 것은 없다. 가령 권위적 스타일은 자신감, 능력,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오만함이나 불쾌함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가로막는다든지, 허락도 없이 남의 책상에서 펜을 가져가는 무례한 행동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매력적 스타일은 상냥함, 친근함, 호감 등 긍정적 개념뿐 아니라 소심함, 순종, 자신감 부족 등의 부정적 개념과도 관련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권위적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은 매력적 성향이 강한 동료들을 나약하다고 여기고, 매력적 스타일을 가진 이들은 권위적인 동료들을 무례하다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둘 중 어느 한쪽 스타일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리더는 어느 한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경우, 즉 조금 권위적이거나 조금 매력적인 스타일을 취할 때가 많다. 하지만 성공을 원하는 리더라면 하루 동안에도, 때에 따라서는 하나의 상황에서도, 권위적 스타일과 매력적 스타일을 역동적으로 오가며 상황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른바 자신만의 ‘복합적’ 스타일을 창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동료들의 신임을 얻는 것이 중요한 회의에 들어간다고 치자. 이 경우엔 안건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전문 지식을 강조하며 나의 주장을 강력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권위적 스타일을 부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 회의에선 협력적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엔 동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질문을 더 많이 해서 매력적인 스타일을 더 부각시키는 게 현명하다.

복합적 리더십 스타일은 여성 리더들에게 특히 더 중요하다. 리더십은 규범적 산물이다. 누군가에게 “리더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성별과 상관없이 대개 남자를 그리는 경향이 있다. 여성은 유능함을 입증할수록 동료들 사이에서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령 어떤 여성이 동료들과 다른 의견을 냈을 때는 ‘무례하다’거나 ‘공격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지만, 남자가 똑같은 행동을 보였을 때는 ‘솔직하다’거나 ‘직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말은 여성들이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거나 의견 충돌을 피하라거나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여성에게는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균형 감각이 더욱 절실하다는 의미다. 때로는 남의 말을 끊고 들어가는 대담함을 보이고, 필요한 말만 똑 떨어지게 하며, 과격한 단어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에게 공감하는 모습과 관계지향적인 반응을 적절히 결합해야 한다. 또 질문을 하는 대신 단정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동시에 남을 기분 좋게 하는 표현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타계한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는 복합적 스타일을 본인에게 맞게 적절히 활용한 인물이었다. 그는 ‘기분 좋게 반대하는’ 능력으로 유명했는데, 이런 스타일 덕분에 자신과 의견이 다른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과도 의외의 우정을 쌓았고, 법원 밖에서도 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무의식적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한, 여성들은 이런 복합적 리더십 스타일을 계발하기 위해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수전 J 피터슨 선더버드 글로벌 경영대학원 교수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2020년 11∼12월호에 게재된 ‘나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만드는 방법’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