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일시 진정되는 듯했던 미세먼지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제 서울에 올가을 들어 첫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으며 수도권과 충청권 등 중서부 지역은 12일부터 나흘 연속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이어갔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고농도 시 최대 80%가 중국에서 유입될 정도로 중국의 영향이 압도적이다. 최근 특히 심해진 것도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대기오염물질이 국내에서 대기 정체로 쌓였기 때문이라는 게 환경당국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떨어졌던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100% 가까이 회복된 데다 겨울철 난방이 시작되면서 중국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이 다시 늘어난 탓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전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11.8% 감소하는 등 중국 대기질이 일부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착시현상이었을 뿐 중국발 미세먼지 재앙은 여전히 한국인의 건강과 일상을 망가뜨리고 있다.
지난해 봄 한반도를 덮친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겪으며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이 국가적인 당면 과제로 떠오르자 정부도 뭔가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그 후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진전을 이룬 게 없다. 양국 환경장관회의와 실무자 협의를 1년에 한두 번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지만 정보 교류나 학술연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출범시켰지만 그 후엔 이렇다 할 가시적 진전이 없다. 중국은 여전히 “서울 미세먼지는 현지에서 배출된 것”이라며 자국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데도 우리 정부는 공식 항의조차 못 한 채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