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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동맹복원 선언했지만… 마크롱 “유럽 자주국방 필수”

입력 | 2020-11-17 03:00:00

獨국방 “미군 보호 의존” 주장하자
마크롱 “동의 안한다” 일축하며 “스스로 지켜야 美가 동맹 존중”
유럽내 트럼프식 美우선주의 경계… “美 환상 버리고 독자노선 걸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 복원 및 다자주의 외교 복귀를 선언했지만 아직 주요 동맹국은 미국에 대한 불신과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기간에 방위비 분담금 등으로 미국과 대립해 온 프랑스 등 일부 유럽국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해도 유럽이 미국에 기대지 않고 독자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은 16일 “새 미국 정부와 지금보다 더 우호적인 관계를 맺더라도 유럽이 독자 방위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독일 국방장관이 ‘유럽이 미군 보호에 계속 의존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어 “국방에 대한 스스로의 주권을 갖고 있어야 미국이 우리를 동맹국으로 존중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처럼 우리 역시 지속적으로 자주권을 구축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나의 입장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5개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 ‘항구적안보협력체제(PESCO)’를 만들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안보를 의존하는 대신 회원국 간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냉전 시절인 1987년 미국과 러시아가 타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2018년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 선언하자 유럽군(軍) 창설 논의가 본격화했다.

INF 파기 선언 20여 일 후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등 9개국은 프랑스 파리에 모여 유럽공동방위군 창설을 논의했다. INF 파기로 러시아가 최신 핵무기로 무장하면 직접적인 사정권 안에 있는 유럽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와 별도로 양국 공동군 운영을 논의한 바 있다.

유럽 내에서는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약 7300만 표를 받을 만큼 미국인의 지지가 상당하고, 그가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시사하고 있어 언제든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EU 고위 외교관은 CNN에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유럽이 얼마나 많이 미국에 의존해 왔는지 알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에 대한 환상도 없다”며 독자노선을 강조했다.

키쇼어 마부바니 전 유엔 주재 싱가포르 대사는 NBC에 “미국이 워낙 극심하게 양분돼 오늘 (바이든과) 맺은 합의가 4년 뒤에 유효할지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전 스웨덴 외교장관도 “바이든이 당선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가세했다. CNN은 “바이든 당선인의 최대 장애물은 가장 가까운 동맹을 비롯해 전 세계에 ‘미국을 정말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파리=김윤종 zozo@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