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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은 줄이고 자존감은 북돋아주세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입력 | 2020-11-17 03:00:00

<116> 시험 때 긴장하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평소에는 문제를 잘 푸는데, 시험만 보면 너무 긴장해서 성적이 좋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은 시험불안이 있는 것인데 대부분 평소 공부에 대한 관심도 많고, 공부를 잘하고자 하는 마음도 많은 모범적인 성향인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시험 전날에는 시험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룰 정도이고, 평소에도 학교 숙제나 준비물, 시간 약속 같은 것들이 잘못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며 확인하는 특성이 있다. 또 시험 공지가 나면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이 때문에 시험 보기 수주 전부터 예민해져서 짜증을 많이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막상 시험이 가까워지면 잠을 못 자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잠이 많아져서 공부를 해야 되는 시간에도 졸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졸다가 깬 다음에는 시험공부를 많이 못 했다면서 몹시 염려하고, 가족에게 왜 깨워주지 않았냐며 짜증을 부리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시험을 보기 2∼3일 전부터는 두통을 자주 호소하고, 음식만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해서 부모를 걱정시키기도 한다.

이 아이들은 왜 시험불안이 생긴 것일까? 생물학적으로 부모의 유전적인 성향을 닮아서 그럴 수 있다. 부모가 걱정이 많고 치료를 받아야 될 정도의 심한 불안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는 부모의 그런 성향을 보고 배워 불안 증세를 보일 수 있다. 또 부모가 매사 아이에 대해 너무 높은 기대를 가지고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아니면 하지 마라”는 말을 자주 했다면, 결과에 대한 불안 때문에 시험불안이 높아질 수 있다.

시험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만성적인 긴장감에 의해 쉽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만 효율이 떨어져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아이들은 평소에도 자주 소변을 보거나 두통 및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걱정이 되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 봐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보통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는다.

어떻게 하면 시험불안을 줄일 수 있을까? 시험불안을 줄이려면 아이의 긴장감을 줄여주어야 한다. 아이의 긴장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합리적이고 적절하며 현실적인 기대를 설정하여 아이의 부담을 줄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긴장을 조절할 수 있게 이완 방법을 알려주면 더 좋다.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보게 한다. 머릿속으로 시험을 보는 상황을 상상하게 한 다음, 너무 긴장하지 않으면서 무사히 시험을 치러내는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함으로써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애써 긴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긴장한 마음을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하게 한다. 긴장한 사람은 긴장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할 때 훨씬 더 긴장한다. 긴장한 것을 숨기지 않고 털어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이런 아이들은 시험을 보다가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럴 때 긴장감을 낮추고 자신을 진정시킬 수 있는 말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괜찮아. 잘할 수 있을 거야” “천천히 생각하자” 등이다. 긴장감이 높아질 때 이런 말을 바로 생각해내고 스스로 할 수 있게 평소에 연습시킨다.

넷째, 아이 스스로 긴장감을 해소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 스스로 ‘최악의 상황은 어떤 걸까?’를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불안과 긴장을 구체화하게 한다. ‘그래 봐야 이번 한 번 시험 못 보는 것인데 뭐’라는 등의 대범한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정도가 되면 긴장되는 상황을 맞이할 때 그 상황을 스스로 조절하고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또 아이가 자신의 변화를 스스로 관찰하게 해주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갖도록 격려한다.

이런 방법들을 쓰면서 노력했는데도 아이의 증상이 심각해서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을 정도라면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놀이치료나 역할놀이 등이,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지나치게 예민한 아이들은 집단치료가 도움이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