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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순간에 망칠라” 외부식사 대신 급식… 학원가 몸조심

입력 | 2020-11-17 03:00:00

[코로나19]시험 2주 앞두고 코로나방역 비상
수험생들 도시락 싸와 혼밥… 외부 접촉 피하려 간식 외출 자제
이번주부터 대면수업 중단도




“혹시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수능이 끝난 뒤에 걸렸으면 좋겠어요.”(수험생 박모 씨)

16일 정오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한 입시학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2주 남짓 앞둔 수험생 100여 명이 강의실 책상 앞에 앉아 학원 급식을 먹고 있었다.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지만 이따금 달그락거리는 수저 소리 말고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책상도 1m 이상 거리를 뒀고,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학원 관계자는 “식사 중엔 대화가 금지다. 코로나19 탓에 외부 식당 출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3일로 수능이 다가오면서 학원가에 마지막 초비상이 걸렸다. 1년 내내 코로나19와 싸우며 어렵사리 쌓아올린 탑을 자칫 한순간에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다. 일말의 감염 가능성도 차단하기 위해 서로가 조심하는 분위기다.

대치동 학원가는 2주 전만 해도 점심시간에는 수험생과 인근 직장인들로 크게 붐볐다. 하지만 최근엔 학생들은 거의 사라져 한산할 정도. 대다수 수험생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시락을 싸오거나 학원이 제공하는 급식만 먹기 때문이다. 재수생 A 씨(19·여)는 “수능이 얼마 안 남다 보니 서로 예민한 상황”이라며 “몇몇이 외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면 따가운 눈총이 쏟아질 정도”라고 했다.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수험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모여 식사하는 풍경은 찾기 힘들다. 재수생 한모 씨(19)도 “편의점은 혼자 앉아서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안전하게 여기는 편”이라며 “요즘은 학원 수업 중간에 나와 간식을 사 먹는 모습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물론 운 나쁘게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해서 수능 응시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자가 격리됐을 때도 별도 고사장이 마련된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걸리면 끝’이란 분위기가 컸다. 다시 수능을 치를 예정이라는 대학생 박모 씨(20·여)는 “시험을 칠 수야 있겠지만 낯선 병원 같은 데서 누가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부모들도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안모 씨(49·여)는 “1학기 때 코로나19로 자주 집에서 공부했는데 집중하기 어려워했다. 일단 학원에 가는 걸 본인도 좋아해서 보내고 있다”며 “최대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마스크를 절대 벗지 말라고 매일 당부한다”고 말했다.

아예 수험생 대면 교습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학원도 많았다. 16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 있는 입시학원 10곳을 확인했더니 7곳이 “최소 수능 1주일 전부터는 수험생 대면 수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19일부터 수험생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며 “결국 이 모든 게 수능 잘 보려고 준비한 건데 막판에 (코로나19 탓에) 엉클어지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전국 고등학교와 수험장으로 사용되는 학교는 수능 일주일 전인 26일부터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강원도교육청은 고3 수험생의 원격수업을 학교에 따라 16일부터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주부터 교직원 자체 행사와 모임도 금지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일선 학원과 가정에 16일부터 수능 당일까지 모임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김태성 kts5710@donga.com·이청아·전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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