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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기대감에 돌아온 외국인… 코스피 2년반 만에 2500 돌파

입력 | 2020-11-17 03:00:00

16일 49.16포인트 올라 2543.03
외국인 10거래일간 4조 넘게 사
원화강세 맞물려 계속 매수할 듯
환율 23개월만에 1100원대 하락




16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97% 오르며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한 직원이 전화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코스피가 2,500 선을 돌파하며 3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 등 신흥국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16포인트(1.97%) 오른 2,543.03에 거래를 마치며 2018년 2월 2일(2,525.39) 이후 2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코스피가 2,500 선을 넘어선 것은 2018년 5월 3일(2507.91)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전날보다 13.59포인트(0.54%) 오른 2,507.46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세 확대에 힘입어 상승 폭을 크게 벌렸다.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598.19) 경신도 눈앞에 뒀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급락했던 3월 저점(1,457.64)과 비교하면 74%가량 올랐다.

이달 들어 한국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투자가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약 27조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 매수세로 전환하더니 10거래일 동안 4조2868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그동안 상승 랠리를 이끌던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5조2594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최근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건 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고,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대한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과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3월 128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09.3원까지 떨어지며(원화 가치 상승)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100원대에 진입한 건 2018년 12월 4일(1105.3원)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환율은 장중에 달러당 1105원 선까지 떨어졌지만 외환당국이 시장에 구두 개입을 하면서 낙폭을 줄였다. 당분간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는 강도가 커지면서 환율을 더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폭이 작았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달 들어 13일까지 삼성전자(1조7227억 원) LG화학(7672억 원) SK하이닉스(4212억 원) 삼성SDI(2984억 원) 등을 순매수했다.

내년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한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화학 조선 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주축 산업들의 실적이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276개)의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총 180조9259억 원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고 이익을 낸 2018년 177조5323억 원을 웃도는 규모다.

특히 그간 공급 회사의 과잉 재고로 수익성이 바닥으로 떨어진 반도체 업종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시장에서는 4분기(10∼12월)를 저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실적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대 속에 삼성전자는 16일 전 거래일보다 3100원(4.91%) 오른 6만6300원에 마감됐다. 지난주에 이어 종가 기준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쓴 것이다. 이날 SK하이닉스도 9.25% 급등한 9만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10만 원대 돌파를 다시 눈앞에 뒀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 상승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회복 기대감과 원화 강세 흐름, 반도체 업체 강세 등이 맞물려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증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국인 장세가 끝날 경우 다시 성장주가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 상승세를 보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BIGS(배터리, 인터넷, 그린, 반도체)의 성장 전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자현 zion37@donga.com / 세종=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