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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 해도집에 ‘일본해’ 사라져… 日 단독표기 주장 힘잃어

입력 | 2020-11-17 03:00:00

IHO, 동해-일본해 대신 숫자 가닥
IHO 중재에 韓日 작년 번호표기 합의
한국 ‘공동 병기’ 목표 못 이뤘지만 일본해 단독 표기 막고 표기법 바꿔
각국 지도 수정 설득 2라운드 돌입




동해 공식 명칭을 ‘일본해(Japan Sea)’로 써온 국제수로기구(IHO)가 세계 지도 표기의 표준이 되는 해도집에 바다 이름 대신 고유의 ‘식별번호’를 붙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일본의 논리는 근거를 잃게 됐다. 외교가에서는 우리 외교 당국이 애초 목표로 삼았던 동해-일본해 병기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1997년부터 23년간 이어온 외교전을 통해 일본해 단독 표기였던 국제 표준을 바꾼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고수하고 있는 구글 등 대기업과 미국, 유엔 등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IHO는 16, 17일 열린 2차 총회에서 국제 표준 해도집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를 새로운 표준 ‘S-130’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마티아스 요나스 IHO 사무총장이 보고한 S-130은 전 세계 바다에 이름 대신 숫자로 된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세계 각국도 IHO 해도집을 근거로 자국 지도에 일본해를 단독 표기해야 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동해 병기 외교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지도상 동해 표기율은 2000년대 초반 2%에 불과했으나 최근 4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IHO가 내세운 해도집 개정 이유는 디지털화이지만 핵심 쟁점은 동해 표기 문제였다. IHO는 일제강점기였던 1929년 ‘일본해’로 단독 표기한 S-23 초판을 발간했다. 1937년(2판)과 1953년(3판)에도 이런 표기를 유지했다. 우리 정부는 1997년에야 이를 파악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자는 국제 외교전을 시작했다.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책자 형태를 벗어난 해도의 디지털화 작업이 지체될 것을 우려한 요나스 총장은 바다를 이름 대신 번호로 표기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지난해 남북과 일본 미국 영국 등 5개국이 두 차례 비공식 협의에서 식별번호 부여 방안에 합의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식별번호 표기는 동해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IHO 회원국들의 피로감이 커지자 한국과 일본 모두 한 발씩 양보해 얻은 결론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 입장에서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지는 못했지만 일본해 단독 표기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도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는 것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요나스 총장의 방안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해가 실제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IHO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다음 총회가 열리는 2023년쯤에야 윤곽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때까지는 일본해를 표기한 해도집 S-23이 유지되기 때문에 일본이 일본해 단독 표기를 계속 주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지선 aurinko@donga.com·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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