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불복의 불똥이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65·사진)에게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0.3%포인트 차이로 패한 것에 격분하고 있다. 이들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선거관리 책임자인 래펜스퍼거 장관을 살해하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재검표를 진행 중인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합법적 우편투표용지까지 제외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래펜스퍼거 장관은 16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나와 아내가 최근 며칠 간 여러 건의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네 목숨이 달렸으니 이 재검표를 망치치 않는 게 좋을 것’이란 문자를 받았다”며 해당 문자를 공개했다. 그는 “부정선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지만 선거 결과를 좌우할 정도의 전방위적 부정행위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본인 또한 집권 공화당원인 래펜스퍼거 장관은 주 하원의원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조지아 국무장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내 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을 때 특히 환멸을 느낀다”며 대통령과 주변 인사의 행태를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윗을 통해 ‘무늬만 공화당원인 레펜스버거가 투표지 서명이 잘못됐는지 확인을 못 하게 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조지아주가 사용한 개표 기계가 베네수엘라와 연루된 좌파 기업의 제품이란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기계가 대통령을 찍은 표를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에도 “조지아의 재검표 작업은 시간낭비”라며 불만을 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조지아에서 49.5%를 얻어 트럼프 대통령(49.2%)를 제쳤다. 둘의 표 차이는 약 1만4000표지만 대통령 측 압박으로 500만 표에 달하는 투표용지를 손으로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저녁 기준 약 430만 표의 확인이 끝났으며, 재검표 과정에서 미개표 투표용지 2500여개가 발견됐지만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 정부는 18일 밤까지 재검표 작업을 완료하고 최종 결과를 공개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