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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해신공항 백지화… 뒤집힌 백년대계, 추락한 정책신뢰

입력 | 2020-11-18 00:00:00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어제 김해공항 확장 방안에 대해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했다. 정부가 4년 전 “공항 운영, 접근성, 경제성, 사회·환경 등 모든 면에서 우세하다”며 발표한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별다른 조건 변화도 없는데 전혀 다른 기준과 이유를 들어 뒤집은 것이다.

검증위 발표의 논리와 근거는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신설을 위해 공항 인근의 산을 깎으려면 관련 지자체(부산시)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그 협의를 하지 않아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 그런데 부산시는 김해공항이 인근 돗대산 등과의 충돌 위험이 있다며 확장을 반대하고 장애물이 없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검증위가 지적한 공항 확장성 등 내용들은 4년 전 다 검토된 내용이다. 특히 주변 산악 지대로 인한 안전 문제의 경우 ‘신설 활주로를 북서 40도 방향으로 틀어 기존 2개 활주로와 V자가 되게 건설하면 된다’는 해결 방안도 제시됐다. 당시 국토부는 동남권 신공항을 두고 밀양(경남)과 가덕도(부산)로 첨예하게 대립하자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평가를 의뢰했고 김해공항 확장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의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로 인해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등 영남권의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는 당장 “결코 좌시하지 않고 시도민이 행동으로 나타낼 것”이라고 발끈했다. 게다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경기 남부 신공항 등 전국 곳곳에서 신공항 건설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해신공항 뒤집기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만 염두에 둘 뿐 대형 국책사업의 합리성이나 절차적 정당성, 지역 갈등 조장 부작용 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국민의힘도 원내대표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업 변경이 적절한지 따져보겠다”고는 했지만 부산 민심의 동향을 눈치보고 있다.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후대에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백년대계 국책 사업을 표 계산으로만 결정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