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멈추고 늦추자]<17> 침묵의 살인자 ‘도로 살얼음’
2월 17일 벌어진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연쇄 추돌사고 현장에서 새카맣게 탄 화물차가 길에 쓰러져 있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안타까운 참변은 떠올리기도 버겁지만, 겨울은 언제나 교통사고에 취약한 계절이다. 특히 올겨울 강력한 한파가 예상되면서 겨울철 교통사고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도로 위에 보이지 않게 끼는 살얼음은 ‘침묵의 살인자’라 불릴 정도로 위험하다.
○ “눈 내릴 때보다 얼어붙으면 더 위험”
전문가들이 빙판길을 운전할 때는 운행 속도를 시속 40km 이상 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의 빙판길 운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차량 속도가 시속 40km를 넘어가면 곡선 구간에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등 차량을 제어하기 어렵다. 시속 80km로 차량을 몰았을 때는 곡선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미끄러짐이 발생해 차선을 이탈하고 말았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빙판길에서 차량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면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차체 뒷부분이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차량 회전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난히 따뜻해 결빙 노면 사고가 반으로 줄었던 지난해 겨울에도 인명 피해가 큰 대형 추돌 사고는 대부분 블랙아이스 때문이었다.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1월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겨울철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일교차가 9도를 초과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결빙 교통사고가 늘어났다”며 “일교차가 큰 날 결빙 사고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벌어졌던 사매2터널에는 현재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설치됐다. 터널 입구 주변에 차량 속도를 실시간 측정하는 이동식 단속부스가 세워졌고, 바닥에는 홈을 파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돕는 그루빙(미끄럼방지포장)을 시공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 도로전광표지(VMS)에는 사고 시 대응 요령, 도로 정체 공지 등 안내가 되고 있다. 앞으로 폭설·폭우 시 저속 운전을 권고하는 문구도 노출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 “겨울철 차량 점검 미리미리 서둘러야”
겨울철이 다가오면 운전자들도 차량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겨울철 차량 체크 목록은 크게 △배터리 △타이어 △엔진오일 △부동액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핸들이나 시트, 유리 열선 등 전기장치를 많이 사용하는 시즌이어서 배터리 성능이 중요하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질 때 배터리 성능은 40%가량 낮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시간 주차할 때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등을 켜두면 배터리 방전의 원인이 된다.
기온이 내려갈 때 엔진오일 점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배터리 성능마저 낮아지면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비해 겨울용 엔진오일을 쓰거나 기존 오일의 점도와 투명도를 점검해두는 것이 좋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부동액도 양과 점성, 농도 등을 확인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바로 교환해야 한다”며 “눈길을 주행한 뒤에는 차량 하체 외부를 세차해 제설 용도로 쓰인 염화칼슘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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