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이달 6일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에서 야권 혁신과 관련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여 주실 것을….”
이달 16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 안철수 대표가 ‘간절한 호소’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야권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2022년 대선 때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야권이 협력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 안철수 야권 재편 ‘혁신플랫폼’ 강조
앞서 안 대표는 이달 6일 열린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의 연구모임인 ‘국민미래포럼’에서 야권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 수단으로 제시한 방안이 ‘혁신플랫폼’이다. 야권이 보수와 중도뿐만 아니라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기반을 만든 뒤 대한민국의 미래비전 등을 제시하자는 것이다. 야권 스스로 혁신을 통해 비판 자격을 갖추고, 정책적 역량을 키워야 정권교체를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 혁신과 비전 경쟁을 위한 ‘범야권 끝장토론’과 ‘문재인 정권 신적폐 청산 범국민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의 야권 재편론에 대해 일각에선 안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대선을 앞두고 안 대표가 ‘혁신플랫폼’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며 야권 판 흔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 김종인 “개입하고 싶지 않다”
일단 야권의 핵심 축인 제1야당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야권 재편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이 어느 한 정치인이 밖에서 무슨 소리를 한다고 거기에 그냥 휩쓸리는 정당이 아니다”며 일축했다.그럼에도 안 대표는 야권 혁신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모양새다. 이달 12일 “일부 언론을 통해서 신당 창당을 한다고 잘못 나왔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혁신플랫폼을 말한 것은 야권이 어떻게 하면 승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이제부터 고민을 시작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방법은 여러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느슨한 연대에서부터 새로운 당을 만드는 것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그 모두를 표현하기 위해 플랫폼이란 단어를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장도 확고하다. 김 위원장은 16일 “어떤 의미에서 야권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건인지 나는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싶지 않다”며 안 대표의 야권 혁신안에 대해 선을 그었다.
● 안철수의 ‘철수정치’ 다시 회자
한편 국민의힘 안팎에선 안 대표가 또다시 철수(撤收)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안 대표가 신당 창당과 관련한 발언을 해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꼭 정당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라는 방식으로 한 발 물러섰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가 혁신플랫폼의 형태로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신당을 창당하자고 만들자고 한 적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그동안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내린 정치적 행보에 대해 ‘철수 정치’라고 부르며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와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2014년 신당 창당 포기, 2016년 국민의당 대표직 사퇴 등의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 대선에서 서울시장 출마로 선회?
국민의힘 안팎에선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 대표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의원은 “안 대표는 3석의 국민의당보다는 103석의 국민의힘으로 들어온 뒤 자신의 정치적 감각과 실력을 더 키워야 한다”며 “대선 출마에서 ‘철수’하고, 서울시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다른 관계자도 “안 대표가 최근 정권교체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고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차기 대선 승리도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명분을 활용하면 서울시장 선거 출마로 진로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