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뉴스1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객 편의를 떨어뜨리거나 가격인상은 않겠습니다. 모든 직원은 가족으로 맞이해 품고 함께 가겠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가시화된 뒤 처음 공식석상에 나와 이같이 말했다. 국내 양대 대형사의 통합이 진행되면 소비자들이 독과점 폐해를 입고, 직원의 구조조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부인한 것이다.
조 회장은 8일 제 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등이 고용 불안을 초래한다며 인수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가격인상 가능성에 대해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조 회장과 한진그룹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조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업은행이 먼저 의향을 물었을 때 할 수 있다고 했고,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이야기하면서 진행이 됐다”고 했다. 양 사의 자회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운영 계획 대해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번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사모펀드(PEF)인 KCGI, 반도건설)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KCGI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 등과 양사 통합의 문제점 등에 대해 논의했다. 전날 여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양사 통합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야당까지 가세할 경우 통합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3자연합은 이날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막기 위해 신주 발행 무효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3자연합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 회장과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법조계 일각에서는 경영권 분쟁 중인 기업의 제3자 배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진칼의 이번 유상증자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2015년 대법원은 “회사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기존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3자연합은 임시 주총을 소집해 3자연합이 제안하는 사외이사 후보 등을 추천해 한진칼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 회장 측은 3자연합의 이런 움직임에 따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변종국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