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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엔특별보고관 킨타나 “피격사건 답변을” 남북에 서한

입력 | 2020-11-19 03:00:00

“공무원 유족에 정보차단, 문제 제기
北엔 즉각 처형 관련 우려 표시… 내년초 방한해 직접 조사할것”
외교부 “60일내 답변서 보낼것”
정부, 두달째 진상규명 조치 없어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사진)이 한국과 북한 당국에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피살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공식 답변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인권을 전담하는 킨타나 보고관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유가족에게 충분히 제공하라는 내용의 혐의서한(allegation letter·공식 답변을 요청하는 서한)을 16일(현지 시간) 한국과 북한 정부에 보냈다”고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달 유엔 총회에 이 사건을 공식 보고한 데 이어 내년초 한국을 방문해 직접 사건을 확인하겠다며 진상조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21일이면 이 씨가 북한에 의해 피살된 지 2개월이 되는데도 북한에 진상 규명을 요청하거나 이 사건을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가족에게 정확한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아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 유엔 보고관 “방한까지 시간 걸려 서한 보냈다”

킨타나 보고관은 “제네바에 있는 양국 유엔대표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며 “남북 모두에 이번 사건이 인권 침해이자 국제 인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유가족이 (진상 규명을 위한) 정보에 접근하는 데 제한을 받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또 “북한에는 이 사건과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해안으로 가려는 사람을 즉각 처형한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피살 사건 조사를 위해) 내년 초쯤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안의 심각성을 볼 때 방한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를 것으로 보여 남북에 혐의서한을 보냈다. 유가족은 완전한 정보와 증거를 얻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라며 적극적으로 진상조사 의지를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한국이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이 돼야 한다고 요청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결의안을 완전히 지지하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17일 킨타나 보고관의 혐의서한을 전달받았고 서한이 외부에 공개되는 60일 안에 공식 답변서를 보낼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 북 무응답인데 정부는 기다리겠다고만

유엔 특별보고관이 진상 규명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청와대를 비롯한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들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해경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 특별히 다른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9월 청와대가 언론을 통해 요청한 공동조사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청와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경과를 가리기 위해서는 북한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북한이 공동조사에 계속 침묵하는 한 진상 규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시인했다. 대북 주무 부서인 통일부는 사건 발생 직후인 9월 24일 북한에 대한 규탄 성명을 한 차례 발표한 뒤로는 추가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에 공동조사를 촉구하거나 항의의 뜻을 전달하는 통지문도 보내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통신선이 끊겨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살된 이 씨의 형인 이래진 씨는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국제사회에 북한 규탄 성명 등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꺼리며 방어적 자세를 취해 왔다. 국제사회에 규탄 성명을 내달라는 요청엔 “유엔 총회 일반 토의에서 북한이 남북 군사통신선 복구에 호응할 것을 강조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국방부는 피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북한군 감청 자료 등이 군사기밀에 해당돼 공개가 불가능하다며 유가족의 정보 공개 청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래진 씨는 “국가의 첫째 목표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사건 발생 과정과 사후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변명만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한기재·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