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등 명차 브랜드 외관만 축소한 ‘주니어카’ 출시 값은 국내 중대형 세단 맞먹어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는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탈 수 있는 주니어 카다. The Little Car Company
어린이들이 즐기는 페달카는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에서 열린 페달카 경주 모습. Ian Skelton/Bicestor Heritage
1920∼30년대 명차인 부가티 타입 35의 모습을 작은 크기로 재현해 만든 ‘부가티 베이비 II’. The Little Car Company
1930년대 자동차 경주에서 활약한 BMW 328을 축소해 만든 주니어 카. Blanc-Chateau/Wikimedia Commons
주니어 카의 역사는 길지만, 저작권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에는 인기 있거나 유명한 차들의 모습을 원작자 허락 없이 흉내낸 것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차를 만든 브랜드나 지식재산권 소유자와 계약을 맺고 승인을 받아 만든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정식 절차를 거쳐 만든 주니어 카들은 실제 차를 더 정교하게 축소 재현했기 때문에 가치가 높고 한층 더 실감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영국의 더 리틀 카 컴퍼니(The Little Car Company)라는 회사가 내놓은 일련의 주니어 카들은 여러 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 애호가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클래식 럭셔리 카들을 주니어 카로 제품화했기 때문이다.
먼저 주목받은 차는 2019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부가티 베이비 II’다. 베이비 II는 빼어난 디자인과 더불어 경주차로서 거둔 뛰어난 성적으로 부가티 역사에 큰 획을 그은 타입 35를 재현한 차다. 베이비 II라는 이름은 1920∼30년대에 부가티가 같은 개념으로 만든 오리지널 베이비의 뒤를 잇는 모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부가티를 설립한 에토레 부가티가 자녀를 위해 한 대만 만들었던 베이비는 소비자의 요청으로 10여 년간 500여 대가 더 만들어졌다.
부가티 브랜드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더 리틀 카 컴퍼니가 부가티와 협력해 만든 베이비 II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 베이비 II 역시 오리지널 베이비와 마찬가지로 타입 35를 고스란히 줄여놓은 모습인데, 최신 기술의 힘을 빌려 오리지널 모델보다 더 타입 35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원래 500대 한정 생산할 예정이었던 이 차는 첫 공개 후 겨우 3주 만에 계약이 끝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곧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일부 계약이 취소돼 취소분에 대한 추가 판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들의 외모는 클래식카와 똑같지만 요즘 흐름에 맞춰 전기 동력으로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모델에 따라 전기 모터 출력과 배터리 크기가 다르고, 어린이와 어른이 모두 몰 수 있도록 주행 모드를 선택해 성능과 최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어른을 위한 주행 모드를 선택하면 시속 45km 안팎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고,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하면 약 15∼30km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애스턴 마틴 DB5 주니어의 뒷모습. 주니어 카는 클래식 럭셔리 카의 멋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he Little Car Company
그러나 실제 차를 손에 넣는 데 필요한 금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하다. 부가티 베이비 II의 원형인 부가티 35는 최근 5년 사이에 33억∼57억 원의 경매 낙찰가를 기록했다. 애스턴 마틴 DB5도 대개 6억∼8억 원 선에 거래되고, 영화 ‘골드핑거’ 촬영에 쓰였던 차는 지난해 한 경매에서 약 70억 원에 낙찰되었을 정도다. 실제 차를 사지 못한 사람에게는 대안 역할을 할 수 있고, 실제 차를 가진 사람에게는 자녀와 함께 부담 없이 클래식 럭셔리 카의 멋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를 모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 왔고, 때로는 직접 즐기기 위해, 때로는 자녀들에게 그 즐거움을 나눠주기 위해 작은 차를 만들기도 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작은 차만의 재치와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제품들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