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News1
해외 귀빈들이 참관하는 사격훈련 도중 국산 대전차 유도무기인 ‘현궁’ 1발이 표적에서 1.5km 떨어진 민가 인근 논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전차화기, 박격포 등 우리 군 주력무기 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올해만 3번째다. 특히 무기 도입을 위해 방한한 해외 귀빈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벌어진 위험천만한 사고에 ‘국제적 망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경기 양평군 사격장에서 모 부대원들이 대전차화기 사격훈련을 하던 도중 현궁에서 발사된 유도탄 1발이 표적지를 벗어났다. 유도탄은 훈련장에서 1.5km 떨어진 논에 낙하해 폭발했다. 다만 이날 폭우가 내려 논에 물이 차 있었던데다 폭발 장소 주변에 주민들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국내 기술로 처음 개발된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은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에 착수해 2017년 이후 전방부대에 배치됐다. 조준경을 통해 표적을 지정한 뒤 격발하면 유도탄이 발사되는 방식으로 한 발당 가격은 1억여 원에 이른다. 최대사거리는 2.5km로 90cm 전차 장갑을 관통할 만한 위력을 지녔다.
특히 이날 사격 훈련에는 18일부터 진행 중인 방위산업전시회 ‘DX 코리아 2020’에 참가 차 방한한 해외 군 고위관계자도 참석했다. 그간 현궁은 중남미나 중동 지역에서 큰 관심을 받아온 우리 군의 대표 수출무기로 평가받아왔다. 이 때문에 군 내부에서조차 “한국산 무기 구매에 관심 있는 외빈 앞에서 사격훈련을 뽐내다 체면을 구긴 꼴”이라는 자조적인 평가가 나왔다.
군은 사고 발생 이후 폭발물 처리반을 현장에 출동시켜 파편 등을 수거했다. 또 부대원 등을 대상으로 화기 결함이나 조작실수 등 사고원인을 파악 중이다. 일단 군은 미사일 내부 유도조종 장치 등의 오작동으로 유도탄이 ‘유도 불능상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격훈련 중 사고가 잇따르면서 군의 훈련태세에 대한 쓴 소리도 나오고 있다. 5월엔 4.2인치 박격포 실사격 훈련 과정에서 고폭탄 1발이 낙하 예상지점에서 1km 벗어난 야산에 떨어졌다. 폭약인 장약을 과다 주입한 탓이었다. 9월에도 81mm 박격포 훈련 도중 포신에 균열이 일면서 폭발사고가 나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각에선 폭우 등 궂은 날씨에도 비공개 참관행사를 위해 사격훈련을 강행하면서 사고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원래 계획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