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커를 동원해 도심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집회는 원래 노동단체들이 많이 열었다. 대기업 본사 앞에 집회 신고를 한 다음 몇 날 며칠이고 고출력 스피커로 노동가요를 크게 틀어놓는 식이다. 요구사항 전달이 주된 목적이라기보다는 사측을 짜증나고 피곤하게 만들어 유리한 협상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지만 소음 문제 말고는 법적으로 제지할 방법은 마땅히 없다.
▷고성능 확성기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쇄도하자 경찰은 2014년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해 소음 규제를 강화했다. 주택가나 학교, 종합병원 인근은 주간에 65dB(데시벨)을 넘어선 안 된다. 광화문광장 등 ‘기타’ 지역은 주간에 75dB, 야간에 65dB을 넘지 말아야 한다. 70dB은 전화벨 소리, 80dB은 지하철 내부 소음 정도다. 그런데 이 기준은 10분 동안 발생한 소음의 평균값인 ‘등가소음’이어서 스피커 볼륨을 높였다 낮췄다 조절하면서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에 속수무책이었다.
▷소음에 자주 노출되면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는 물론 스트레스 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혈관계 질환과 고혈압, DNA 손상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70dB 이상의 소음은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 집회는 정권의 부도덕함을 국민에게 알리는 신성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 표출 수단으로 변해가고, 소음 공해로 다수의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려면 표현하는 방식도 ‘집회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걸맞게 타인을 배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