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에는 바이든 측 인사와 면담을 섭외해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로렌 제공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그런데 주미 한국대사관은 좀 다른 일로 바빠 보인다. 면담 섭외와 일정 세팅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바이든 당선인 측 인사들과 만나겠다며 방미 계획을 추진하는 정부 및 정치권 인사들의 면담 섭외 요구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연말 워싱턴을 방문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미 일정을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등 한반도 태스크포스(TF) 방미단은 12월과 내년 1월에도 워싱턴에 오겠다며 벌써부터 추가 면담 섭외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선 직후에는 바이든 인수위의 분야별 인수위원 명단도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을 찾았다. 한 관계자는 “주요 부처 인사와 정치인들이 전부 한 번씩 다녀갈 분위기”라고 전했다.
섭외가 잘 이뤄지지 않자 방미 인사들이 곧 떠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나 이름도 낯선 초선 의원들과 만나는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정치인과 부처 고위 인사들이 조율 없이 각개격파식으로 방미를 추진하면서 면담 대상이 겹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공식 외교 라인이 아닌 민간단체들까지 동원해 막무가내식으로 면담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한국 측의 면담 요구가 집요하게 이어지는 것에 대해 미국 측은 피로감을 표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부분의 미팅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면 면담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런 움직임을 놓고 “정부 여당의 미국 내 인맥 부족에 따른 조급함이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적 네트워크 구축은 무작정 얼굴만 들이민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공들인 인맥이 없다면 차라리 충분한 사전 준비를 거쳐 적절한 타이밍에 만남을 진행하는 게 낫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보내고자 하는 한국의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