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한 남학생이 시험을 본 후 면담을 신청했다. “혼자서 공부하니 몰입할 수가 없고 제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학생은 친구도 없는 듯했다. 이 친구에게 어떻게든지 친구들을 사귀면서 함께 공부를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했다. 지금이 더 기회일 수 있다. 그것이 취미일 수 있고 딴짓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때다.
물리학은 고독한 학문이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만 할 수는 없는 학문이다. 수많은 참고 문헌을 통해 길을 찾고 다른 사람의 연구를 통해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일반화하는 학문이면서도, 대화를 통해 완성해 나가는 학문이기도 하다. 동료들과 토론을 하고 세미나에 참가하는 것은 다른 학자들을 통해 자극을 받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 연주는 취미 이상이었다. 그는 모차르트와 바흐를 좋아했다. 그에게 음악은 현실 탈출보다는 우주에 숨겨져 있는 조화, 위대한 작곡가의 창조적 천재성, 언어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의 발견을 의미했다. 그는 음악과 물리학 모두에서 조화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가 얼마나 음악에 열정적이었는가 하면, 어느 날 하숙집 옆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들고 옆집으로 달려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함께 연주할 정도였다. 그 후에도 음악은 그와 물리학과 함께한 영원한 친구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멋지면서도 우리에게 뭔가 모를 위안을 주기도 한다. ‘면담을 신청한 친구가 대학에서 성적을 떠나 멋진 친구를 사귀고 평생 자신의 삶을 빛내줄 수 있는 취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