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째 부분파업 2만대 생산차질… 코로나 자금난속 엎친데 덮친격 “완성차 파업, 협력사 부도 이어져 직원-가족 30만명 생계 위협받아 이러다 한국GM 철수할까 걱정”
19일 한국GM 협력사 임직원들이 인천 부평구 한국GM 공장 정문 앞에서 비옷을 입은 채 ‘살고 싶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한국GM 노조의 부분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이들은 오전 6시 반부터 약 2시간 동안 공장으로 출근하는 한국GM 직원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저희는 일하고 싶습니다!”
겨울비가 쏟아진 19일 오전 7시 인천 부평구의 한국GM 부평공장 정문 앞. 한국GM 협력사 임직원 100여 명은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살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살려주세요’라는 어깨띠를 두른 채 출근하는 한국GM 직원들에게 호소문이 적힌 종이를 전달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한국GM 노조의 파업이 결국 기업의 한국 철수로 이어질까 걱정하던 협력사 직원들이 파업을 멈춰 달라며 직접 나선 것이다. 호소문에는 ‘협력업체와 그 가족들이 보고 있다’며 한국GM 노사 협상 타결을 애타게 바라는 심정이 담겨 있었다.
한국GM 노조는 21일째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임금협상 주기다. 사측은 기존 1년인 임금협상 주기를 2년으로 늘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해마다 임금협상을 하다 보니 노사갈등이 반복돼 주기를 늘려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이어가자는 취지다. 하지만 노조는 노동권 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국GM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은 이달 19일 기준 약 2만 대다. 부분 파업이 이달 말까지 지속되면 한국GM의 이달 생산 목표의 절반이 넘는 약 3만 대가 날아갈 판이다. 한국GM은 코로나19로 이미 상반기(1∼6월)에만 약 6만 대의 생산손실이 발생했다.
생산 차질의 여파는 한국GM 협력사들에 일파만파로 전가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을 멈추면 협력사들 역시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빈사상태에 몰린 협력사들은 파업의 악영향이 예년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GM에 차량 시트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완성차에서 차 한 대를 안 만들면, 그 아래에 붙어 있는 수십 개 업체에 직격타를 준다. 차 한 대, 부품 하나가 너무 아쉬운 처지”라고 했다. 2차, 3차 협력사로 내려갈수록 영세하기 때문에 자금난이 극심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직장을 잃을까 걱정하느라 몸과 정신이 너무 지쳐 있다”고 했다. 한 전장부품 업체 관계자는 “올해 제대로 잔업과 특근까지 한 게 9월 한 달뿐”이라며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직원들, 휴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로 알바를 뛰는 동료 직원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한국GM의 1차 협력사는 약 300개, 2·3차 협력업체는 약 2700개에 이른다. 협신회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과 딸린 가족까지 약 30만 명이 한국GM 노사의 임·단협 타결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협력사 직원들은 전날 스티브 키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가 “한국GM 노조의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장기적으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점을 걱정하고 있다. 한 협력사 직원은 “GM이 선정한 100대 협력사 중에 한국 업체들이 가장 많은데 이는 한국 협력업체가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러다가 정말 GM 본사가 한국GM을 버릴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일이 너무 하고 싶다”고 했다.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