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미 역사상 가장 무책임한 대통령”이라며 “국민이 엄청난 무책임의 극치를 보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미국의 하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 명에 근접하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업무 인수인계에 협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 불복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불복이) 민주주의의 작동에 관해 전 세계에 엄청나게 해로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규범을 깰 뿐 아니라 합법인지도 의문”이라며 대통령 측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던 그간의 태도와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그가 선거에서 이기지 못했고, 이길 수도 없다”며 대통령 측의 선거부정 주장을 일축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주요 주지사들과 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미 전역을 봉쇄하지 않겠다. 각 주와 지역별 상황이 달라 전국 단위 봉쇄는 비생산적”이라며 “내가 봉쇄하려는 건 바이러스지 경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마스크 착용은 애국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 후 사실상 방역 대책을 손놓고 있던 백악관은 7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재개했다. 헨리 월크 코로나19 대응 책임자는 “코로나19가 무시무시한 적이 됐다. 연대해서 바이러스에 맞서야 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역시 “추수감사절 연휴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행정부가 제대로 업무를 넘겨받지 못하면 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이후 두문불출하며 트위터로 부정선거 의혹만 줄곧 제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TF 브리핑에 불참했다. 대신 대선의 핵심 경합지였던 미시간의 주의회 공화당 지도부를 백악관에 초청하고, 미시간주 공화당 소속 선거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이든이 승리한 미시간의 선거 결과를 기한 내에 확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또다른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감시단의 참관 없이 개표된 펜실베이니아 내 60만 표가 모두 무효”라며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의 공산주의자들이 이번 대선에 대규모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조지아주 국무장관실은 수작업을 통해 약 500만 표를 모두 재검표한 결과,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1만2275표를 더 많이 얻어 바이든의 승리가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격차가 예전보다 1700표 줄긴 했지만 승패는 바뀌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