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 동아일보DB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성공은 정말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살다 보면 또 알게 된다. 운이라는 건 그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경우에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을 펼쳐보일 수 있는 그 기회라는 걸 말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야구 두산 허경민(30)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허경민은 현역 선수 KS 통산 안타 1위로 올라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남은 KS에서 안타 3개를 추가하면 허경민은 박진만(44·전 SK)과 함께 역대 KS 최다 안타 공동 2위(40개) 기록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역대 프로야구 선수를 통틀어 허경민보다 KS에서 안타를 많이 친 선수는 박한이 박한이(41·전 삼성·57개) 한 명만 남게 된다.
냉정하게 말하면 허경민은 이 세 선수 가운데 가장 급(級)이 떨어지는 선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박한이나 박진만도 마찬가지다. 박한이는 KS 통산 타율이 0.249밖에 되지 않고 박진만은 0.226으로 더 나쁘다. 허경민은 어엿한 KS 통산 3할 타자(0.308)다.
그리고 두산은 이원석(34·현 삼성) 대신 허경민이 본격적으로 붙박이 3루수 자리를 꿰찬 뒤 6년 연속 KS 무대를 밟게 됐다.
두산이 ‘왕조’를 구축하는 데 있어 허경민이 ‘핵심 선수’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허경민은 1번 타자로 출전한 2차전 때는 안타를 치지는 못했지만 땅볼로 1타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팀이 5-4 1점차 승리를 기록했으니 이 타점이 없었다면 승부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