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2년 10개월만에 최고가 거래 “3년 전과 상황 달라 더 뛸 것” “거품 여전… 위험한 투기자산”
20일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현재 비트코인은 2009만5000원에 거래됐다. 앞서 18일 2000만 원을 넘어선 뒤 등락을 거듭하며 사흘째 2000만 원 안팎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비트코인 국내 시세가 2000만 원대에 올라선 건 201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한 달 새 50% 넘게 올랐고, 올해 초와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망은 크게 엇갈린다. “금을 대체할 투자수단” “내년 말 3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반면 “여전히 화폐 기능이 미흡한 위험한 투기자산”이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정부는 내년 10월부터 가상화폐 수익에 20%의 소득세를 물리기로 했다.
▼ “기관들 가세해 시장 탄탄” vs “아직 검증 덜된 위험자산” ▼
[위클리 리포트]비트코인, 34개월 만에 2000만원 재돌파… 희망과 우려 교차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 씨(29)는 최근 약 2년간 묵혀둔 가상화폐 계좌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2018년 초 투자한 뒤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던 비트코인이 어느 새 높은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2년 전 정 씨의 투자금 약 700만 원은 현재 1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비트코인 시세가 연일 급등하며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1BTC(비트코인의 화폐단위)당 834만3000원이던 비트코인은 18일 2000만 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이 2000만 원을 넘긴 건 2018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가상화폐 대표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이 2018년 1월 이후 처음으로 2000만 원대에 올라섰다. 올해 첫날 가격과 비교하면 2배 이상으로 올랐다. 18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돼 있다. 뉴스1
비트코인 시세가 다시 치솟자 이번 상승장은 제2의 ‘튤립버블’로 불렸던 2017년 비트코인 상승장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과 기관들의 투자, 각국의 규제, 정치적 상황 등 구체적인 상승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전히 화폐로서의 기능은 미흡한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3년 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3년 전과 비교해 거시적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달러 약세가 겹치면서 대안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그동안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금융시장의 ‘큰손’,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가세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개인 중심이던 가상화폐시장이 기관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추가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역시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부터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가상자산 수탁 사업에 나서고 있고, 동남아 최대 은행인 싱가포르의 DBS도 가상자산 거래소 출범 계획을 밝혔다. 이용자 수 3억5000만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기업 페이팔이 이달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거래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호재가 됐다.
내로라하는 투자의 귀재들도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짐 사이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회장이 3월부터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데 이어 최고의 헤지펀드 투자자 중 한 명인 스캔리 드러켄밀러 역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금보다 투자 가치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1세기의 금(金)? 아직은 검증 안 돼”
비트코인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엇갈린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21세기의 금(金)’으로 표현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 말 31만8000만 달러(약 3억5428만 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 행정부가 금과 달러의 교환(금태환) 중단을 선언하자 직전 50년간 온스당 20∼35달러에 머물던 금값이 단숨에 80달러로 뛰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본 것이다.
가상화폐 투자회사 이글브룩 어드바이저스 설립자 크리스 킹은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은 여전히 위험한 투기성 자산”이라며 “총자산의 5% 이상을 가상화폐에 투자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기관투자가 전용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영국 LMAX의 애널리스트 조엘 크루거는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엔 다시 급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실생활에서 화폐로 쓰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 시장에선 옥석가리기가 이뤄진 상태”라며 “가상화폐 시장 전반보단 ‘자산’의 관점에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판단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