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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8000채 늘어도… 전셋값 껑충 뛴 인천 연수구

입력 | 2020-11-21 03:00:00

임대차법 시행전엔 0.54% 하락
법 시행이후 석달누적 8.5% 상승
집주인 “4년간 못올려” 대폭 인상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사는 정모 씨(40)는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무서워 15년 된 전용 85m² 저층 아파트를 4억5000만 원에 매수했다. 아이들이 자라 큰 집이 필요했는데, 2년 전 2억8000만 원이던 아파트 전세가가 올해 7월부터 급등해 호가가 3억5000만∼3억9000만 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매매 가격도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지만, 오른 전세 보증금만큼의 대출 이자를 갚느니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송도신도시로 이사를 가는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2개월 새 2억 원가량 뛴 아파트 전세 시세를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그가 올해 9월 4억1000만 원에 전세 계약한 전용 85m² 아파트는 최근 6억 원으로 급등했다. A 씨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임대차 2법 시행을 보며 전세 파동이 날 것으로 생각해 하루라도 빨리 집을 알아본 것이 천만다행”이라면서도 “그동안 집주인이 계약금을 돌려줄 테니 계약을 무르자고 할까 봐 늘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3개월(8월 3일∼11월 16일) 동안 인천 연수구의 주간 아파트 전세 가격 누적변동률은 8.5%다. 최근 3주 동안은 매주 1% 이상 전셋값이 올랐다. 법 시행 이전 3개월(4월 13일∼7월 27일) 동안 누적변동률이 ―0.54%로 전셋값이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인천 연수구는 올해 대단지 신축 아파트 입주가 이어져 12월까지 신규 공급 물량이 약 8000채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신축 입주가 많으면 2018년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당시처럼 전세 공급이 많아져 전셋값이 하락한다. 그런데 이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거·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은 송도국제도시로 이사하려는 수요와 6·17대책에서 연수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이 제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전세를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차 2법이 시행되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세입자가 없는 신축 아파트를 전세 놓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대폭 올려 받으며 벌어진 일로 보인다.

인천 연수구의 한 부동산은 “기존 아파트에선 계약갱신으로 눌러앉는 사람들 영향으로 매물이 부족하고, 새 아파트의 집주인들은 앞으로 4년간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며 가격을 올려 매물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뒤로는 매매보다 전세 수요가 훨씬 더 많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높아지는 인천 연수구의 상황이 2년 뒤 전세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올해 갱신한 전세 계약이 끝나는 2년 뒤에는 집주인들이 향후 4년의 전세 가격 상승을 고려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매매 가격이 함께 오르고 있어 2년 뒤 새 계약을 체결할 때는 시세 인상분까지 전세 가격에 반영될 공산이 적지 않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요구 기회가 끝나면 집주인들이 4년 치 상승분만큼 가격을 올려 시장에 매물로 내놓게 될 것”이라며 “무주택 서민들만 고통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yunique@donga.com·이새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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