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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때도 마스크써요” 수능 앞둔 고3은 시험장 적응 안간힘

입력 | 2020-11-21 10:35:00

20일 오후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에서 개인방역 수칙을 위해 학생들이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부를 하고 있다.2020.11.21/뉴스1 © News1


“수능 날에 8시간 동안 마스크 못 벗잖아요. 적응하려고 날마다 잠잘때도 마스크 두 겹씩 쓰고 자요.”

지난 20일 오후에 찾은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 2021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학생들은 이례적인 시험 유의사항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려는 모습이었다.

수업이 한창인 한 학급에 들어서자 교사를 비롯한 학생들 등 30여명 전원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일부 학생은 마스크 착용으로 안경에 김이 서리자 안경을 벗어놓고선 로션을 렌즈 앞뒤로 바르는 모습도 보였다.

수업이 끝난 뒤 해당 학생에게 ‘안경에 로션을 왜 바르는 거냐’고 묻자 “마스크를 쓰면 안경에 자꾸 김이 서리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김이 덜 서린다. 안경을 쓰는 친구들 사이에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윽고 쉬는시간이 지나고 수업은 재개됐고, 20여분이 흐르자 해당 학교 진학부장 선생님의 안내 방송이 시작됐다.

“자 지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든 학급은 창문을 열고 내부 환기를 실시해주시기 바랍니다”, “학생들은 불편하더라도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써야 합니다”

방송이 끝나자 학생 네다섯명이 짝을 지어 창문을 활짝 열었고, 외부 공기가 유입됐다.

일부 학생들은 추위를 호소하며 교복과 외투를 여몄고 동시에 핫팩을 교복 주머니에 넣은 뒤 담요를 무릎 위에 올려두는 등 저마다 강구책을 마련해나갔다.

책상 앞부분에 필통과 책을 쌓아 책상의 4분의 3 가량만 사용한 채 공부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조아라양(19·여)은 “수능 당일 책상 앞에 칸막이가 부착된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책상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능 시험지의 세로 길이는 책상의 세로 길이보다 한두뼘 정도 짧다”며 “칸막이가 설치될 경우 시험지 아랫부분에 있는 문항들은 사실 고개를 숙이거나 시험지를 반으로 접은 뒤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토로했다.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악조건이 이어졌지만, 학생들은 방역 수칙을 잊지 않고 준수했다.

수업이 끝난 뒤 쉬는 시간 10분동안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른바 ‘보건부장’으로 통하는 학생들이 소독제를 가지고 다니며 급우들 책상 위에 살포했고, 급우들에게 손 소독제를 사용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보건부장 역할을 도맡은 학생들은 대부분이 간호사나 보건 계열의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강통현군(19)은 “이번 수능은 시험 중 마스크 착용과 책상 앞 칸막이 설치 등 역대 수능 중에서 유례없는 수능이 될 것”이라며 “불편함이 뒤따라 성적이 안 나올까 두렵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감내하고, 오히려 코로나19에 안 걸린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일부터 광주시는 코로나19 방역대응 단계를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지역 초·중·고교도 학생들의 동시간대 밀집도를 3분의 2로 유지해야 한다.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을 앞둔 고교 3학년들에 대한 수업이 진행되지 않고, 고교 1·2학년들에 대한 매일 등교가 이뤄진다.

고교 3학년은 이달 21일부터 수능 예정일 전날인 12월2일까지 원격 수업이 진행된다.


(광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