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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환상’…여권 잇단 부동산 실언에 당내서도 “자세 낮춰야”

입력 | 2020-11-23 12:45:00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과 천준호 부단장이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LH주거복지사업 현장을 방문해 시설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0.11.20/뉴스1 © News1


 정부와 여당 인사들의 연이은 부동산 관련 발언들이 성난 부동산 민심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집값뿐 아니라 지방의 집값도 상승세를 보이고 전세난까지 겹치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도 여권에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이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악화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장을 맡은 진선미 의원이 지난 19일 서울 시내 빌라·오피스텔 공공임대 주택을 찾아 “아파트라는 것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다양한 주거형태가 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나온 발언이지만, 진 의원이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전세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진 의원은 왜 임대주택이 아닌 아파트에 살고 있는가”라며 “당장 서울 종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낙연 대표부터 이사하라고 설득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여권 핵심 인사들의 부동산 관련 설화(舌禍)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18년 9월 라디오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다.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었다.

또 지난 7월 여당이 이른바 ‘임대차 3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처리 할 때,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국민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이 다가온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고 한 점도 공감대를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여기에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서울을 ‘천박한 도시’라고 빗대면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부도 좀처럼 부동산 관련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주무부처 국토교통부 수장인 김현미 장관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전(前)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왔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전세대책을 발표하면서도 “금리 인하와 가구 수가 전세가 상승 주요 원인이다. 전세난은 임대차 3법 때문만이 아니다”고 했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아니라 수년간 지속한 저금리와 1인 가구 증가가 최근 전세난의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러다보니 여권 내에서도 차분한 정책 설명 등에서 벗어나 집값 상승의 원인을 줄곧 외부에서 찾으려는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이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국민에게 자세를 낮추며 정책에 대한 기대효과를 여러 차례 설명하는 자리가 없었다”며 “지금 정부에서 지난 정부의 정책을 탓하는 것은 결국 자기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도 통화에서 “정부가 ‘문제 없다’라고 말만 반복하면서 국민의 신뢰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정책의 실패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