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0평대 일반 아파트가 20억 원에 전세 계약된 사례가 나왔다. 정부가 각종 거래규제에 전세대책까지 내놨지만 거주여건이 우수한 강남권 아파트에 거주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이 15일 20억원에 전세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9월 15억7500만원에 비해 4억 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이 단지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30평대 매매가격이 30억 원을 넘겨 3.3㎡당 1억 원은 넘긴 아파트다.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는 전세가격이 20억 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와 같은 반포동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는 30평대 전세가 17억~18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이 19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주간동향에서도 강남4구(서초, 강남, 송파, 강동구)의 전세가격 상승폭은 16일 기준 0.22%로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매매거래에서도 잇달아 이전 최고가를 깨고 다시 최고가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크로리버파크는 34억~35억 원에 거래되던 84㎡이 10월 36억6000만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도곡동 ‘도곡렉슬’(28억 8000만 원), ‘디에이치아너힐즈’(28억 9000만 원) 등도 10월 들어 30억 원에 육박한 가격에 거래됐다.
다만 매매의 경우 비슷한 평형에서 이보다 수억 원 낮은 가격에 거래된 사례도 함께 나오는 등 가격 오름세가 일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을 기다리는 오래된 단지들은 아예 거래가 끊기며 호가를 낮춘 매물도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강남권 집값의 바로미터가 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9월 20억 원 초반에 거래된 뒤 10, 11월에는 아예 거래가 끊겼다. 현재는 19억 원대까지 내린 매물도 나오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는 “전세는 바로 거래가 되지만 매매는 아직 눈치 보기가 심한 편”이라며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 초 정부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컸을 때만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거여건, 교육환경 등이 좋은 강남권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며 전세 가격이 오르면 그나마 보합세에 접어든 강남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전세가 오르면서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줄어들면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갭 투자’를 하기 좋아진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매가격이 전세를 끌어올리고, 오른 전세가 다시 매매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라며 매매시장이 정상화되고 공급이 확대돼서 전세수요가 분산되지 않는다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