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검증안된 한약 건강보험 적용 즉각 중단해야" 정부 "한약재 유통부터 최종 조제까지 안전관리 가능" 한의계 "한약 건강보험 적용 환영…모든 첩약 적용돼야"
지난 20일부터 여러 한약재를 섞어 탕약이나 환으로 만든 첩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평가심사원은 지난 19일 전체 한의원의 60%(9000여 곳)를 대상으로 2023년까지 3년간 한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사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지난 21일에 이어 23일에도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내세우며 즉각적인 사업 중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의협 “한약 건강보험 적용 즉각 중단해야” 거듭 촉구
대한의사협회(의협)은 23일 서울 용산구 의협 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강행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반값 한약이라는 포장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첩약에 대한 대국민 임상시험이 시작됐다”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첩약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즉시 중단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인증받은 원외탕전실 5곳에서 전국 한의원 대부분의 시범사업 첩약을 만들게 된다”며 “대량 생산된 첩약이 과연 안전하고 적정하게 관리될지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교웅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 위원장은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족속으로 추진한 보건복지부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수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의료계가 전국의사 총파업(집단휴진)을 중단하면서 정부와 맺은 ‘의정합의’에서 시범사업을 할지 여부를 정하기로 했는데, 복지부가 의료계와 단 한 번의 협의도 없이 시범사업 공모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수 조사를 통해 전국 원외탕전실의 의약품 불법 제조 실태를 즉각 파악하고, 현 시점에 기준자격 미달로 인증받지 못한 모든 원외탕실을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첩약 급여화 시범 사항을 강행해 이후 발생할 모든 문제와 사고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음을 강력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약사회 등으로 구성된 ‘범의료계 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는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의·약·한·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구체적 검증 계획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며 “모든 약물은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아야 함이 마땅하며 한방 첩약이 ‘의약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증명을 받는 게 온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논의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료계가 참여한 상태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정부와 의협의 합의로 중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한약재 유통부터 최종 조제까지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가능해진 만큼 발전적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2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실시 계획을 공고했다. 또 8일까지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해 이달 중순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의료계-한의계 대립 재현 가능성도
한편 의료계(양방)와 한의계(한방)간 대립이 또 다시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지난 20일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 실시를 환영한다“며 의료계와 정면 배치되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시범사업은 비록 3개 질환에 국한되지만 진정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는 모든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시범사업으로 첩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대상 질환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만 65세 이상), 월경 등 세 가지다. 환자는 시범 기관으로 선정된 전국 9000여 한의원에서 해당 질환으로 첩약 처방을 받으면 요양 급여비용의 절반을 건강보험에서 지원받게 된다. 이에 따라 환자 본인 부담금은 16만~38만 원(열흘 기준)에서 5만~7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