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민노총이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연 전국노동자대회 모습. 동아일보DB
서울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고려해 24일부터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25일 예정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계획하고 있던 대규모 집회를 즉각 철회하고 방역 지침에 따라 10인 미만 소규모 집회로 대체하기로 했다.
민노총은 23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100만 조합원과 2500만 노동자를 지키기 위해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집회 강행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노동개악 기도를 중단하고 방역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노동자와 국민을 설득하라”며 “왜 이 시점이냐고 묻지 말고 왜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하며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돌아보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도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서울시 발표 뒤 자체적으로 준비 중이던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대규모 집회를 10인 미만 소규모 집회로 바꾸기로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방역을 지키지 않으면 노총 조합원들의 안전도 위험할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이 노동계 요구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정부의 방역에는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대규모 집회 대신 30일 청와대 앞 등에서 ‘노조법 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다음달 1일부터는 국회 앞에서 농성에 나서지만 이 역시 ‘10인 미만’ 규정을 지키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전국 단위의 집회 투쟁에 나설 방침이었다.
대신 민노총 측에 현재 신고된 100인 미만 집회에 대해 10인 미만으로 참석 인원을 줄일 것을 통보할 방침이다. 현재 민노총이 서울에서 25일 열겠다고 신고한 집회는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28건을 포함해 모두 36건이다.
민노총이 제한 통고를 따르지 않거나 미신고 집회를 강행할 경우 경찰은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장하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3일 간담회에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예방법 등에 따른 방역 수칙 등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집회 금지 구역에서 불법 집회가 열릴 경우엔 광화문광장과 국회대로 등에 등장했던 ‘차벽 설치’도 검토할 방침이다.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서울시와 함께 선제적 해산 조치도 시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시 조치와 방역 수칙에 따라 집회 관리 등을 하겠다”고 전했다.
강승현 기자byhuman@donga.com
박재명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