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어제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인사들을 불러 연 간담회에서 “북한을 협력의 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참석해 “서울-평양 대표부를 비롯해 개성 신의주 나진선봉에 연락사무소와 무역대표부 설치도 소망해본다”고 했다.
이 장관의 요즘 언행을 보면 뜬금없는 정도를 넘어 기이한 수준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우리 국민 피살사건은 아랑곳없이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남북의 시간’을 역설하고 있다. 확보도 안 된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부족할 때 나누는 게 더 진짜 나누는 것”이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금강산·개성공단 경협 기업도 아닌 대기업 사장급 인사들을 불러 모아 경협을 종용하는 구시대적 기업 동원 행태마저 보인 것이다.
이 장관이 내세우는 논리도 지극히 편의적인 낙관론 일색이다. 그는 “미국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세 변화의 문이 열리고 있으니 이 기회의 공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채우자”고 했다. 상식적 객관적 관측과는 반대로 그는 미국의 정권교체가 ‘기회의 공간’이라고 한다. 나아가 미국은 더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경제에 훨씬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엔 미국이 거들떠볼 겨를이 없을 때 한국이 나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자는 얘기다.
그간 정부가 보여준 대북 저자세는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특히 통일부는 대북 심기관리 담당 부처니 그러려니 혀를 차고 말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 장관 행보는 제멋대로 머릿속에 그린 허상을 위해 우리 기업인들까지 괴롭힐 태세다. 조바심과 과잉행동은 모두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