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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친문 부엉이 모임’ 시즌2… 벌써부터 대선 줄 세우겠다는 건가

입력 | 2020-11-24 00:00:00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이 그제 싱크탱크를 표방한 ‘민주주의4.0연구원’을 공식 출범시켰다. 참여 의원만 56명으로 당내 최대 조직이다. 이들은 설립 취지문에서 “네 번째 민주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어젠다 발굴 및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모임이라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문 패권주의 논란에 역풍을 맞고 2018년 해체를 선언한 ‘부엉이 모임’이 대선을 겨냥해 재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자들도 김종민 최고위원,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황희 정태호 의원 등 핵심 친문 인사들이 주축이다. 친문 세력이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과정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결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문 그룹에서는 이낙연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대신 친문 적자 인사로 대선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지자 본격적으로 대타 찾기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들은 정치적 해석을 부인하고 있지만 홍 전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전 정보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모두 대선 경선 과정에서 룰 마련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수를 바탕으로 내부 선거를 통해 당을 장악하고, 당 내 이견이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은 찍어 누른다면 당 전체를 친문 일색으로 줄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공식 비공식을 떠나 정당의 계파모임은 당초 취지와 달리 권력 암투와 공천싸움으로 흐른 것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 시절 친이계 의원들의 ‘함께 내일로’, 친박계 의원들의 ‘국회선진사회연구포럼’은 모두 공부 모임을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계파 싸움의 진지로 활용됐다. 상생 없이 이전투구만 일삼은 두 계파는 결국 비참하게 소멸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을 징계할 정도로 민주당 내 민주주의는 황폐화된 상태다. 극성 친문 지지층은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집단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당 내부가 이렇게 눈감고 귀 막은 탓이 크다. 정권 재창출을 하고 싶다면 소통을 늘리고, 외연을 넓히는 것이 순리인데 거꾸로 최대 계파를 만들어 ‘우리끼리’ 정치에만 몰두하니 여당이 더 심한 오만과 독선으로 빠져들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