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의원들이 그제 싱크탱크를 표방한 ‘민주주의4.0연구원’을 공식 출범시켰다. 참여 의원만 56명으로 당내 최대 조직이다. 이들은 설립 취지문에서 “네 번째 민주 정부를 창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어젠다 발굴 및 정책 개발을 위한 연구모임이라지만 정치권에서는 친문 패권주의 논란에 역풍을 맞고 2018년 해체를 선언한 ‘부엉이 모임’이 대선을 겨냥해 재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참여자들도 김종민 최고위원, 전해철 국회 정보위원장, 홍영표 전 원내대표, 황희 정태호 의원 등 핵심 친문 인사들이 주축이다. 친문 세력이 내년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대선 과정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결집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친문 그룹에서는 이낙연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대신 친문 적자 인사로 대선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김경수 경남지사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며 대선 후보군에서 멀어지자 본격적으로 대타 찾기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들은 정치적 해석을 부인하고 있지만 홍 전 원내대표는 차기 당 대표, 전 정보위원장은 차기 원내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모두 대선 경선 과정에서 룰 마련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수를 바탕으로 내부 선거를 통해 당을 장악하고, 당 내 이견이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은 찍어 누른다면 당 전체를 친문 일색으로 줄 세우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지 모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기권했다는 이유로 소속 의원을 징계할 정도로 민주당 내 민주주의는 황폐화된 상태다. 극성 친문 지지층은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 집단 공격을 서슴지 않는다. 여당의 힘으로 밀어붙이기 행태가 갈수록 심해지는 것은 당 내부가 이렇게 눈감고 귀 막은 탓이 크다. 정권 재창출을 하고 싶다면 소통을 늘리고, 외연을 넓히는 것이 순리인데 거꾸로 최대 계파를 만들어 ‘우리끼리’ 정치에만 몰두하니 여당이 더 심한 오만과 독선으로 빠져들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