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둘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청년들이 위로받았다. 마치 내가 낳은 자식이 말을 안 들어 절망스럽다가 ‘그래, 사춘기라 그런가…’ 하며 안도하듯, 청년들도 스스로를 달랬다. 누군가는 값싼 위로라 했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 문구를 비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 흐름에 합류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은 무거웠다. 나도 한때 그 책에 위로받았기에.
그리고 이제는 혜민 스님 차례다. TV에 나와 멋진 집에 사는 모습이 드러나자 ‘사업자이자 연예인’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스님은 수행에 정진하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상했다. 모두가 건물주 되고 싶어 하고, 베스트셀러 작가 되고 싶어 하고, 유튜버 되고 싶어 하고, 마음 챙김까지 잘하고 싶어 하는 사회 아닌가? 그걸 다 하고 있는 혜민 스님을 비판할 수 없었던 건 내 욕망도 그것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의 환경은 변하고, 이제는 자랑이 미덕인 시대다. TV엔 잘사는 연예인들 집이 공개되고, 인스타그램엔 호캉스, 럽스타그램, 오마카세, 운동하는 나, 열심히 일하는 나, 불안해도 멋진 선택을 한 나, 이렇게 작품성 있는 영화를 찾아보는 나 등 모든 게 콘텐츠가 되다 보니 이젠 잘 모르겠다. 어떤 건 남의 자랑이지만 진심으로 보는 나도 재밌고, 축하해서 ‘좋아요’ 누르기도 하고, 어떨 땐 별 관심 없어도 의리로 누르고, 어떨 땐 배 아프지만 누른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똑같은 ‘하트’다.
최근엔 힙합하는 남자들처럼 되고 싶었다. 염따처럼 4일 만에 6000만 원 벌었다고 자랑해도 사람들이 허허 하고 좋아하고, 박재범처럼 “5000만 원짜리 시계 찼지만 너를 훨씬 아낀다”라고 하고 싶지만, 호감과 비호감이 한 끗 차이라 무섭다. 그렇다고 ‘네 맘대로 살아’ 하기엔 추락하는 인생들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세상이다. 누가 좀 가르쳐주면 좋겠다. ‘플렉스(flex·과시를 뜻하는 은어)’가 미덕인 시대에 비호감 안 되면서 자랑하는 법에 대하여. 그러다 미움받았을 때 다시 일어날 용기까지도.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